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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성파파 Jan 06. 2020

엄마와 예비 중2 아들의 "학원" 전쟁

질풍노도의 예비 중2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늦은 밤 LED 등이 어둠을 밝히고 있는 거실에서 엄마와 아들이 대화중이다. 아니 말다툼 중이다. 엄마는 엄마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할 말을 하고 서로에게 화를 내고 있는 전선이 형성됐다. 누구의 편을 들을 수도 없고 들어줄 필요도 없는 상황이 눈앞에 전개되고 있었다. 아빠는 전선의 이동을 그냥 두고 보는 수밖에. 그런 마음을 아는지 베란다 창에 장식된 앵두 전구가 유난스럽게 빛을 발하고 있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이렇다.... 발단은 영어학원에서 엄마에게 온 방학중 특강을 안내하는 카톡 하나 때문이었다. 정규수업 외에 문제풀이 특강을 한다는 수업에 대해서 엄마의 불필요론과 아들의 필요론의 충돌이었다. 두 사람의 찬반 논리는 지극히 단순했지만, 그 근거는 부모의 역할론과 자본주의 경제론, 자기주도학습과 복습의 중요성을 아우를 만큼 다양했다.


엄마의 <특강 불필요론>의 논리는 이랬다.

"학원이라는 것이 그냥 듣고만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스스로 복습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수업을 또 듣는다고 해서 영어실력이 더 향상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 너 하는 꼬락서니를 보아하니 복습도 안 하고 친구들 하니까 같이 따라서 하나 더 듣는 거에 불과한 거 아니냐. 네 의지나 행동이 문제다. 하나만 듣고도 문제집은 혼자서도 풀 수도 있는데... 굳이 시간낭비일 수도 있는 특강을 들으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실제로 공부하는 시간은 별로고, 주로 게임이나 TV만 보고. 돈이 아까운 것은 아니지만, 나가서 땅 파봐라. 십원도 안 나온다."


아들의 <특강 필요론>의 논리는 이랬다.

"지금 듣고 있는 정규수업과 특강의 내용은 중복되지 않는다. 특강은 중학교 2학년 내신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공부를 잘해보려고 하는 건데... 왜 엄마는 반대만 하느냐. 나한테 돈 쓰는 것이 아까운 거냐. 그리고 내 공부 태도를 왜 그렇게 나쁘게만 보느냐. 나름 열심히 하고 있는데.... 학원 수업이 필요한지 안 필요한지는 내가 선택할 문제 아닌가? 내가 열심히 하겠다는데 왜 엄마 입장에서만 나를 판단하고 이해를 안 해주는 것이냐. 엄마가 일방적으로 아들의 기를 꺾어놓는 것은 아니냐."


그러다 아들이 울었다. 가만히 보니. 엄마의 논리에 승복당해 분한 마음에 운 게 아니고 스스로  화를 참지 못하고 울었다. 자신은 여간해서는 울지 않는다고 자랑하던 캐릭터가 울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원래 학원이라고는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던 아들이 처음 영어학원을 몇 달째 다니고 있다. 원래는 누나들처럼 학원보다는 혼자 공부하는 자기 주도형(?) 스타일이었다. 반드시 학원에 다녀야 할 필요성을 느낄 계기도 없었지만. 그러다 자신은 자발적으로 하려는 의지가 부족해서 외부적 자극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영어학원을 선택했었다. "공부를 잘해보려면"이라는 누나들의 권유도 이런 결정을 하는 것에 한몫했다. 의욕에 넘쳐 시작했던 학원이지만 숙제가 많고 테스트가 빈번해서 약간의 피로를 느끼는 중이었다.


처음에는 아들의 분노와 눈물이 단지 학원 수업을 반대하는 엄마를 향한 것인 줄 알았다. 그래서 엄마는 그런 아들의 태도에 더 화가 나서 부모의 기준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일방적으로 아이의 마음을 재단했다. 엄마 아빠의 입장에서 보면 사리판단이 미숙하고 세상을 보는 눈이 좁은 아이에 불과했기 때문에. 특히 공부에 관해서 얘기하다 보면 예전에 공부 좀 해봤던 엄마가 생각하는 공부에 대한 태도와 현재 아들의 태도는 정 반대의 그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는 더 화가 나고 그 화는 아이에게 모종의 멘털붕괴로 이어진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한 게 문제였다. 아들의 짜증이나 분노는 엄마의 태도가 그 원인의 전부는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엄마와 아들의 전쟁을 지켜보던.... 좀 더 이성적인(?) 아빠가 아들의 등을 다독이며 얘기를 들어봤다.




아들의 말에 의하면 자기도 어찌할 수 없는 화가 치민다는 거다. 그냥 엄마 아빠가 자신의 견해에 조그마한 반대라도 하게 되면 타당성 여부에 관계없이 어김없이 제어할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라온다는 거다. 아들의 분노에 대한 얘기를 눈물바람과 함께 들었다. 스스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화 때문에 아들 자신도 화가 나있는 것이었는데, 엄마는 그것을 반항이나 부당한 항변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것이 얼마다 많던가. 우리 자신도 정체를 알 수 없는 화를 내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어떤 상황에서 일어나는 우리 마음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어른들도 그러한데... 하물며 아이들은.


아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이 화를 내지 않게끔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이유 없이 화를 내더라도 잠시 동안 조용히 지켜봐 달라는.... 그런 생각이었다. 엄마(아빠)는 아들이 내보이는 분노에 집착하거나 집중하게 되다 보니 아들의 본심이 원하는 진짜 마음을 알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적인 테크닉이 중2와의 대화에는 여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종잡을 수 없는 중2의 마음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대하는 부모의 대응방법이 문제였다면 우리 자신을 다시 돌아볼 일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중2 아이들이 언제까지나 그대로 남아있는 것도 아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본인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누구나 공감하는 인생의 본궤도의 오를 수밖에 없다. 한때 철부지 중학생이었던 지금 부모들이 그래 왔던 것처럼. 그냥 주위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어른의 모습이 될 것이다. 지금의 부모들처럼.




한밤중에 모자간에 벌어진 학원 전쟁을 바라보면서 아빠가 느낀 점은 이런 것이다.


답을 줄려고 노력하지 말자

많은 상황에서 부모도 답이 없는 경우가 많다. 답을 구하려고 하는 태도가 오히려 더 문제인 경우도 많다. 아이의 시간대로 흘러가도록 지켜봐 주자. 스스로 자신을 둘러싼 문제 상황을 판단하고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답이 될 것이다.


그냥 들어주자

부모의 생각대로 상황을 판단하면 부모의 기준을 말하게 된다. 아이들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도 힘들뿐더러 아이들의 입장을 그대로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부모의 입장에서 따지지 말고 아이가 말하는 것을 그냥 들어주자. 그런 부모의 수용적인 태도에서 아이들도 깨달을 수 있는 게 많다.


마음에 안 들더라도 일단은 공감해주자

부모의 시선으로 아이의 생각과 언행을 바라보면 분통이 터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러니까 어린것이다. 누구나 시행착오는 있는 것이고 우리 아이들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미숙해 보이는 아이들의 생각과 입장을 그대로 들어주고 공감해줘 버리자. 그렇다고 크게 밑질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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