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기가 죽기보다 싫게 느껴졌던 겨울의 새벽. 아무도 반가워하지 않는 바람은 유독 심술이 사나웠다.
자명종의 도움 없이도 어김없이 부엌 불은 켜졌다. 삼십 촉 백열전등이 흔들거리던 어둑한 공간에서 졸음을 참으며 쌀을 씻고 김칫국을 끓이던 부지런한 손길이 있었다. 손 시린 차가운 얼음물과 콧속까지 냉랭한 새벽바람은 누구에게도 달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그 한가운데 엄마가 서 계셨다.
찬물에 벌게진 손으로 안방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굴뚝에서는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올랐다. 가족들의 아침을 깨우는 밥 냄새가 흘러나올 때 누군가는 엄마를 찾는다. 아이들의 세수를 위해 다시 물을 데우고 도시락을 준비하던 엄마의 손길. 그때는 몰랐다.
그 새벽과 손길의 의미를.
아이들이 지나치는 수많은 시험과 통과의례 속에서 엄마는 애간장이 녹고 여성 자신의 존재도 잃는다. 고3 아들의 원하는 대학 진학이나 취준생인 딸의 합격을 바라던 엄마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그들의 진학 실패와 불합격 소식에 엄마들은 자기 인생의 한 귀퉁이가 무너지는 절망감이 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아봐도 자기 위로에 불과해서 더 슬퍼지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엄마로서의 삶과 여성으로서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할 때 더 냉정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엄마로서 삶의 부담에서 가벼워질 때 오히려 여성으로서의 시간에 대한 애착이 강해지는 것은 인생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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