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상열 Feb 20. 2018

어떤 게 맞는 것일까...?

지난주 토요일 키즈카페서 두 아이와 잘 놀고 시간이 다되어 집에 가려던 참이었다. 부모님과 여동생, 조카, 아내, 나, 두 아이 8명이 갔다. 다들 잘 나오는데 이제 5살된 둘째 아이가 갑자기 떼를 쓰면서 잠바와 양말을 안입는다고 소리쳤다. 아내는 땡강부리는 둘째아이를 사람이 없는 방에 데리고 가서 훈육을 시작했다. 둘째아이는 한번 떼를 쓰기 시작하면 자기 고집을 굽히지 않고 계속 소리를 지른다. 아내는 그 점을 알고 고치기 위해 더 큰 소리로 야단치면서     

“그만 울고 뚝 그쳐! 잠바와 양말 입지 않으면 못 나와!”

“아니야!!! 나 안 입을 거야!!!”    

이 두 마디가 15분을 넘어섰다. 아내도 감정이 안 좋아지고, 둘째 아이는 점점 더 울었다. 더 놀고 싶은데 못 노는 것에 대한 반감과 낮잠을 자지 못해 예민함이 더해진 상태였다. 나와 부모님, 여동생은 키즈카페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아내가 우리가 보이면 더 달래기 힘들다고 먼저 내려가라고 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밖으로 나가서 대기했다.     

보다 못한 점원이 둘째아이를 데리고 입구로 데려나왔다. 아내도 입구에 나와서 다시 아이와 실랑이를 벌였다. 보다못한 내가 또 욱해서     

“여기 사람들 많은 곳에서 꼭 이래야 하는거야? 나가서 애를 혼내던가 하자!”    

라고 짜증을 냈다. 안 그래도 감정이 별로 안 좋은 아내는 나의 그 한마디에     

“아니 나도 알아! 부끄러운 거 아는데 아이 훈육을 시키기 위해서 나도 참고 하는데.. 당신은 남의 이목만 중요하고, 아이 훈육은 관심이 없는거야? 당신은 우리 가족부터 챙기는 게 아니라 늘 체면만 생각하는 게 못마땅해.”    

그런 관점에서 내가 이야기 한 것은 아닌데, 아내의 눈에는 또 그렇게 비춰진 것 같았다. 아내는 정말 화가 난 채로 우는 아이를 놔두고 나가버렸다. 나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이를 데리고 나오면서 따로 집으로 오게 되었다. 그렇게 화가 난 아내 모습은 신혼에 싸웠던 이후로 오랜만에 보았다. 본가에 오고 나서도 아내는 기분이 안 풀린 모습으로 혼자 방에 들어가 잤다.     

몇 년전에도 아내가 몰던 차에 한 고등학생이 백미러에 부딫히는 사건이 있었다. 그 고등학생이 아내에게 화를 내는 모습에 나는 그 상황이 싫어서 학생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바로 아내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 아내는 자기 편에 서서 따지지도 않고 그냥 가냐고 하면서 당신은 자기 체면만 차리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게 그렇게 싫으냐고 이야기 했던 기억이 난다.     

헤어지면서 또 그 이야기를 같이 꺼내면서 아내는 화를 낸채 집으로 가버렸다.     

나도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어떤 게 맞는 것인지...?

정말 지금까지 살면서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게 싫고, 공공장소에서 예의를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아내가 보기엔 가족을 잘 챙기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내가 내린 결론은 관점의 차이라고 보았다.  각자 30년 넘게 살아오면서 가지게 된 가치관, 인생관등이 다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나는 졸지에 가족을 챙기지 않고 밖에서도 내 체면만 차리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아이를 훈육하여 아이 스스로가 잘못을 인정하고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꼭 그렇게 했어야 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