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한창 책을 많이 보던 시절에 빠지지 않았던 장르가 추리소설이다. 어머니가 코난도일의 <셜록홈즈> 시리즈 전집을 사주신 이후로 홈즈와 그의 조수 왓슨이 추리를 통해 단서를 찾아 범인을 잡는 스토리에 흠뻑 빠졌다. 전집을 한권씩 읽으면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범인을 잡기위해 하나하나 퍼즐을 맞추어가는 셜록홈즈의 추리력에 감탄했다. 엉뚱하지만 그래도 힘을 합쳐서 홈즈에게 도움을 많이 주는 왓슨의 활약도 대단했다. 읽으면서 내 나름대로 추리를 했지만 항상 허를 찌르는 전개로 내 머리가 나쁘다는 것을 늘 실감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어머니가 가져다 준 한권의 책에 지금까지 봤던 추리소설의 틀이 깨진 기억이 있다. 아르센 루팡! 천재도둑이자 변신의 귀재로 부자들의 집을 털고 여러 여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멋진 캐릭터였다. 그전까지 추리소설은 어떤 범죄가 발생하면 주인공인 탐정이 추리와 수사를 통해 단서를 찾아 범인과 만나 잡는 스토리였다. 루팡이 나오고 나서 범인이 주인공이 되어 다양한 시각에서 스토리가 전개되는 점이 참신했다.
한동안 루팡처럼 되고 싶어 그가 나오는 시리즈는 빼놓지 않고 봤다. 어른이 되면 루팡 같은 마력의 소유자가 되고 싶은 생각도 했다. 다부진 몸매로 다양한 격투기를 할 수 있고, 천재적인 언어구사능력등 거의 완벽에 가까운 남자 캐릭터처럼 되고 싶어 나름대로 노력했으나.... 그 결과는 지금과 같다! 그런 캐릭터는 소설이나 만화에나 나오기에 현실세계에는 루팡 같은 사람은 없다고 결론지었다.
사춘기를 지나면서 추리소설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공부나 시험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소설을 읽으면서 스토리를 생각하는 게 싫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추리소설을 한동안 읽지 못했다. 얼마 전 서점에 갔더니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이 눈에 띄어 한권 사게 되었다. 1/3 정도 읽으면서 예전 어릴 때 추리소설을 읽던 기억이 났다. 추운날 따뜻한 장소에서 추리소설 한권 읽으면서 스스로 재미에 빠져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