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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an 18. 2022

인생에서 내려놓는다는 것은

불혹이 다가온다고 놀란 적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흔의 딱 가운데 나이가 되었다. 45살이 되니 또 다른 의미로 나에게 다가온다. 아직 35살 같은 심정인데 시간은 정말 빨리 흘러간다. 나이가 들고 있다고 느낄 때가 인생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고 해야 할까? 어린 시절 부모님이나 어르신이 하신 말씀에 공감할 때가 많아지고 있다. 이미 그 나이를 살았던 그들의 경험과 지혜가 녹아 있는 말씀을 그냥 지나쳐 버릴 때가 많았다.

그 중의 하나가 내려놓기다.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에서 떠나갈 때 다 가져갈 수 없으니 하나씩 내려놓는 연습을 하라고 부모님이나 장인어른이 가끔 말한 적이 있다. 20대 시절부터 불과 작년까지 살았던 내 모습을 돌아보면 욕심에 눈이 멀었다. 뭐가 그리 되고 싶고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았는지. 그냥 다 가지고 싶어 환장한 사람처럼 보였다. 여전히 잘 되는 동료나 지인이 있으면 비교했다.

‘왜 나는 아직도 저렇게 되지 못했을까?’ 자신을 탓하기도 했다. 그것이 동기부여가 되어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욕심이 과했다. 아직 나의 그릇을 인정하지 못하고 아직도 더 높은 것만 바라보고 있었다. 연말부터 지금까지 여전히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마음 한 구석은 매일 허전하고 지쳐갔다. 그 탓에 가끔 가족에게 참지 못하고 짜증을 낸 적도 있다. 어떻게 해야할지 천천히 눈을 감고 생각했다.

이미 답은 알고 있었다. 올해 목표는 예전처럼 따로 정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독서와 글쓰기도 최선을 다하자. 또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자. 작년과 비슷하다. 다른 게 있다면 작년까지 모객과 돈 등에 더 집착했다면 이제는 내려놓고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회사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서 더 집중하고 열심히 임할 생각이다. 더 높은 것을 꿈꾸었지만, 내 성향 등 여러 여건에서 보면 이제 내려놓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쓰고 있거나 앞으로 쓸 책도 이전 책보다 더 잘 쓰려고 하니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머릿속만 복잡했다.

이것도 내려놓기로 했다. 글을 쓸 때 마음 먹었던 초심대로 단 한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은 보내고, 남아있는 그들과 더 많은 시간을 쏟고자 한다. 매일 하나씩 내려놓고 다시 버리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인생을 잘 사는 방법이 나이가 들면서 하나씩 내려놓는다는 의미를 이제야 조금씩 알 듯 하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수업>에서 “신이시여, 제게 바꿀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평화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라는 구절이 나온다. 오늘도 하나씩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하고 선택하여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인생의 내려놓음을 생각하면서 비워보는 연습을 해보자. 결국 인생은 내려놓음을 통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