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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an 22. 2022

포기라는 말은 배추를 셀 때만 쓴다.

이제 9살된 둘째 아이는 게임을 좋아한다. 여러 장르 중 요샌 축구 게임에 푹 빠졌다. 그런데 꼭 게임을 잘 진행하다가 나에게 와서 다시 팀을 선택해 달라고 요구할 때가 있다. 바로 자신이 플레이하고 있는 팀이 지고 있는 경우다.      


자신이 먼저 슛을 때려 골을 넣으면 게임을 끝까지 진행한다. 그러나 컴퓨터가 조종하는 상대방이 자신의 골문으로 골인하게 되면 끝까지 해보지도 않고 포기한다. 지고 있는 상황 자체에 대해 용납을 하지 못한다. 오늘도 1:0으로 이기고 있다가 2:1로 역전을 당하자 다시 처음부터 게임을 시작하고 싶다고 소리쳤다. 그 전까지 조용히 다시 리셋을 시켜주었지만, 오늘 만큼은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지더라도 끝까지 하라고. 아직 후반전도 10분이나 남았는데 포기하는 건 안 좋은 거야.”   

   

입을 앞으로 삐죽이면서 투덜대면서 다시 게임을 진행하는 아이를 바라봤다. 어린 시절 나도 지독한 게임광이었다. 롤플레잉 게임을 하던 시절 부하들을 물리치고 마지막 보스를 만나게 되었다. 잘 싸우다가 보스에게 몇 대만 맞는 순간 다시 끄고 처음부터 다시 했다. 포기가 빨랐던 나는 결국 그 보스를 이기지 못했다.      


그 뒤로도 무엇인가 잘 되지 않을 때마다 금방 포기하는 나를 발견했다. 30대 중반 도시계획기술사 시험도 의욕적으로 시작하다가 시험공부가 쉽지 않자 금방 그만두었다. 그 뒤로 2016년 첫 책 <모멘텀>을 출간할 때까지 포기라는 단어는 나에게 그만큼 익숙했다. 포기가 빠르다 보니 당연히 성과는 없었다.      


빨리 포기하는 것은 다시 말하면 자신에게 그것이 그만큼 절실하지 않다는 이야기와 같다. 간절하게 그 목표를 이루고 싶다면 내 경험상 한 두 번 실패했다고 포기하지 않는다. 현재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사는 데 지장이 없기 때문에 몇 번 시도하다가 잘 되지 않으면 그만두는 것이다.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다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로 출간하는 경우는 드물다. 땅을 가지고 싶다는 사람도 많지만, 정작 투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책을 내지 않고 땅을 사지 않더라도 현재 먹고 사는데 별 영향이 없다. 그러니까 한 두 줄 쓰다가 또는 땅 정보 몇 개 찾아보다가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포기하는 것이다.      


“아빠, 결국 졌어.”

“잘했어. 지더라도 포기하지 않은 것이 잘한거야.”  

   

둘째 아이가 알아들었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앞으로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인생의 기로에서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2년 새해도 벌써 3주가 지났다. 아주 거창하게 새해 목표를 정해놓고 몇 번 하다가 멈춘 사람이 있다면 다시 한번 시도해보자. 고작 3주도 못하고 포기할 목표라면 버리고 다시 세우자. 많이 들어봤겠지만 다시 한번 소개하면 포기란 배추를 셀 때 쓰는 말이다. 올해는 정말 자신이 달성가능한 목표와 꿈을 정해서 절실한 마음으로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 비록 그 성과가 좋지 않더라도 분명하게 그 과정에서도 배우고 성장할 기회가 생긴다.      


“자신을 믿고 끝까지 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아름다운 인생이다.”     


 #포기 #인생 #배추셀때만 #관계 #포기하지말자 #인생 #글 #라이팅 #인문학 #마흔의인문학 #자기계발 #황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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