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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

개와 술 – 쑬딴

by 황상열

오랜만에 참 유쾌하고 편안한 책을 보게 되었다. 제목만 봐도 연상이 된다. 《개와 술》 여전히 요새도 가끔 폭음을 해서 만취할 때가 있다. 내가 술을 먹었는지 술이 나를 집어삼켰는지 헷갈린다. 술이 깨고 나면 후폭풍이 엄청나다. 머리도 아프고 속이 울렁거린다. 막판 기억은 가물가물할 때도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몰래 마시다가 대학에 들어가고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했다. 매일 술 잔치였다. 술자리에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좋았다. 아니 술 마시고 노는 그 분위기에 이미 취했다. 혼자 남겨지는 것이 싫었다. 외로워서 누군가를 늘 찾았다. 매일 저녁이 되면 휴대폰을 들고 누구를 만날지 검색했다.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아 새벽까지 마셨다. 술도 잘 못 마시는 체질이다 보니 취하는 일이 거의 다반사였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도 밤마다 술자리는 계속 이어졌다. 오늘 상사에게 혼났다, 인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욕을 했다, 비가 오니 울적하다는 등 말도 안되는 명분을 들이대며 마셨다. 쪽팔리지만 만취해서 실수와 사고도 많이 쳤다. 술 하나로 많은 것을 잃었다. 지금도 예전에 비해 가끔 술에 취해 실수를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일이 없도록 먹을 만큼만 마시려고 노력중이다. 그게 안되면 금주까지 각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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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쑬딴은 나보다 더 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얼마나 사랑하면 술에 대한 예찬론을 펼치면서 이런 에세이까지 출간했을까? 책은 저자가 전에 다니던 대기업에서 업무로 여러 나라에 갔을 때 술로 인한 에피소드, 대학 시절에 있었던 여러 술에 대한 무용담 등이 솔직하게 표현되어 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저자의 에피소드가 나도 직접 겪어본 적이 있던 터라 많이 공감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재미있게 읽었던 에피소드는 가나에서 가서 술에 취해 귀신을 본 내용이다. 나도 대학 시절 술에 취해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귀신을 본 적이 있다. 아마도 취해서 정신이 흐리멍텅해진 탓에 헛것을 본 듯 하지만, 정말 그 날은 놀라서 집까지 미친 듯이 뛰어간 기억이 난다.


또 하나가 저자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옥토버페스트 맥주 축제에 참가한 경험담을 풀어놓았는데, 나도 2006년 10월 옥토버페스트 맥주축제에 갔던 기억이 났다. 독일 사람들은 게르만 민족 답게 키가 정말 크다. 우리나라 맥주잔 1000cc 잔이 그들에게 250cc 잔처럼 보일 정도다. 비가 왔었는데, 우비를 입고 같이 간 일행들과 즐겁게 맥주를 마시며 놀았던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한 꼭지를 읽을 때마다 저자의 추억담에 웃음이 나왔다. 술은 분명히 어색한 관계를 부드럽게 풀어준다. 하지만 과하면 독이 된다. 그 두 가지를 다 경험했던 나도 술에 관해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적당히 마시면 참 좋은 게 술이다. 더 이상 술 때문에 힘들어 하지 말고, 저자처럼 재미있게 즐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피식하고 볼만한 에세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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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쑬딴스북 서평단에 선정되어 제공된 책을 읽고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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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글쓰기> 책 한번 읽어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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