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대학에 입학한지도 25년이 지났다. 97학번으로 그 당시 유행하던 PC통신에서 판타지소설 동호회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꽤 유명했던 커뮤니티 였다. 그 당시 유명했던 <드래곤 라자>를 쓴 저자도 거기 출신이다. 일본 롤플레잉 게임을 좋아하던 나는 자연스럽게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게 되었다.
판타지 소설이라 함은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상상 속에서 나올 법한 용, 엘프, 난장이, 기사, 마법사 등이 나와 모험을 하는 스토리가 주를 이룬다. 특히 아주 나쁘고 사악한 용이 침략하여 무너진 세상을 구하는 영웅적인 서사가 가장 많이 쓰는 이야기 구조였다. 더 쉽게 이야기하면 <반지의 제왕>, <호빗> 같은 영화를 생각하면 된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판타지 소설은 일본의 <로도스도 전기>이다.
보통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은 처음에는 약하다. 아직 정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상태이다. 아직 마지막 보스는 켜녕 중간 부하들도 이기지 못하는 상태다. 그들이 한꺼번에 쳐들어오면 그냥 무너지는 수준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어려운 상황이 생길 때마다 피하지 않고 맞선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동료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들과 힘을 합쳐서 그 상황을 타개해 나간다.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주인공도 같이 성장한다. 마지막 보스를 물리치고 나면 주인공은 영웅이 되고 모든 상황을 해결하고 돌아온다.
20대 시절에 만난 판타지 소설은 그 시절에는 재미로 읽었다. 인생과는 별개로 가상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덮고 나면 적을 물리치고 승리한 장면 이외에는 별 감흥이 없었다. 시험이나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잊기 위한 잠시 머리 식히는 용도였다. 적을 만나고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 주인공과 다르게 현실에서 난 도망만 쳤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생각했지만, 실행하는 것이 두려웠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나서 30대 후반 다시 <로도스도 전기>를 읽었다. 다시 살기 위해 발버둥 치던 시절이다. 인생에서 어려운 상황과 만나면 회피하다가 결국 인생 자체가 망가졌다. 책을 읽고 나서 결국 어려운 상황에서도 적을 물리친 판(로도스도 전기 주인공)을 다시 떠올렸다. 더 이상 이렇게 가다간 방법이 없을 것 같아 앞으로 만날 인생의 어려운 상황은 절대로 피하지 말자고 결심했다.
하나씩 문제를 만날 때마다 도망치지 않았다. 그 문제를 제대로 마주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생각했다. 할 수 없는 것은 포기했다. 다른 사람의 조언도 구했다. 그것을 종합해서 가장 쉽게 실행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다. 나에게는 그것이 책 한 페이지를 읽고, 글 한 줄을 쓰는 것이었다. 멘토들의 강의를 듣고 조언을 구했다.
매일 읽고 쓰면서 지금 직장에서 열심히 일했다. 또 나름대로 콘텐츠를 만들어 작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있다. 모객이 잘 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생겨도 피하지 않았다. 꾸준하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렇게 하다보니 여전히 시행착오도 많지만 그 힘든 시절보다 확실하게 나아진 인생을 살게 되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인생의 어려운 상황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젠 두렵지 않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정면승부를 언제든지 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성공한 사람들도 역경을 피하지 않고 맞서 싸워 그 결과를 냈다. 다 아는 이야기를 또 반복한다고 할 수 있지만, 다 알아도 실행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제자리라는 것을 명심하자.
다시 정리하면 인생의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도망치지 말자.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자. 찾았다면 그것에만 집중하자. 그리고 계속 하자. 그것만이 인생이라는 배가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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