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추석 명절이 돌아왔다. 특히 올해 명절은 3년동안 코로나19로 만나지 못하다가 온전하게 가족들이 모여 그 감회가 더 새롭다. 주변을 봐도 코로나19로 몇 년 동안 지방에 계신 부모님을 보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가는 지인들이 많았다. 시대의 흐름으로 점점 개인주의가 심해지고 있어서 가족과 친척들을 자주 못하는데, 그래도 명절이 있기에 얼굴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족과 친척들이 오랜만에 모이면 안부인사와 함께 요새 근황을 물어본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과 설레임에 서로간의 좋은 이야기가 오가지만, 가끔 선을 넘는 질문에 분위기가 싸해지기도 한다. 특히 오지랖이 넓은 가족이나 친척이 있으면 특히 질문의 정도가 심하다.
“취업은 했니?”, “들어간 회사는 잘 돌아가니? 비전은 있지?”, “결혼은 언제 할거니?”, “애는 언제 낳을거니?”, “애 혼자면 외로워. 둘째도 낳아야지?”, “돈은 한 달에 얼마나 버니?” 등등 듣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왜 그리 남의 인생에 관심이 많은지 모르겠다.
몇 년 전 이런 질문을 들을 때마다 그냥 웃어 넘겼다. 그러다 어느 날 추석 명절에 한 번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거꾸로 물어보았다.
“뭐가 그렇게 궁금하세요? 제가 결혼하고 취업하고 애 하나 더 낳으면 돈이라도 주실 건가요?”
당황한 친척이 무슨 말버릇이냐고 호통쳤다. 어른들이 계신 자리라 나도 잘못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의 잘못을 모를 것 같았다. 아버지가 나와 그 친척에게 둘 다 그만하라고 나서야 입을 다물 수 있었다. 그 친척은 계속 궁시렁대면서 인생의 성공에 대해 또 한마디한다.
“어른한테 말버릇 없는 애들이 인생에서 성공할 수 없어. 삼성의 이재용 봐라.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나와서 차도 좋은 것 끌고 다니고, 돈도 많잖아. 저렇게 사는게 성공이고, 저런 사람들은 너처럼 경우 없지 않아.”
대놓고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에 발끈했지만, 참았다. 그냥 한 귀로 흘렸다. 인생의 성공이 꼭 부와 명예, 권력 등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에 동의할 수 없었다. 인생의 성공을 그런 잣대로만 생각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인생의 실패자란 말인가? 그 자리에 있어봐야 더 좋지 않을 것 같아 잠시 바람쐬러 밖으로 나왔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은 대학과 직장을 나와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부와 명예를 다 가지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10% 정도나 될까?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다 그렇게 살 수 없다. 친척이 말한 인생의 성공이 위에 말한 한 가지가 있다면 다들 그 길만 선택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부와 명예를 가지지 못하면 인생의 패배자가 된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성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또 그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그 가치를 나누고 베푸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을 통해 부와 명예가 따라오면 더 좋은 일이다. 오로지 부와 명예를 가지기 위해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다. 지금 가진 것이 많지 않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가치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해야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인생에서 한 가지 정답은 없다.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해답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인생의 성공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자. 그 친척을 다시 만나면 읽고 쓰는 삶을 만나 살고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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