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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

by 황상열

동화작가 안데르센은 어린 시절 지독하게 가난했다. 알콜 중독으로 매일 술마시는 구두 수선공 아버지에게 아동학대를 당했다. 그렇게 맞고 혼나면 온 몸에 상처투성이다. 다락방에 올라가 울면서 지친 심신을 달래면서도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다른 세계에 있는 아버지는 참 온화하고 자상한 사람이다. 돈도 많은 집에서 유복하게 지내면서 즐겁게 뛰어노는 자신을 본다.


그의 나이 11살에 아버지가 죽고 나서 온 가족이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간다. 제대로 된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그는 연극배우가 되기로 했지만, 못생긴 외모로 실패한다. 뒤늦게 라틴어 학교에 입학하여 글쓰기를 배우고 작가로 데뷔한다. 30살 이후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해도 아이들을 위한 글을 쓰는 것은 금기였다.


온갖 비난을 들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글을 써내려간 안데르센은 30대 후반에 쓴 <미운오리새끼>가 대박을 치게 된다. 주목받는 스타작가로 발돋음한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눈의 여왕>, <성냥팔이 소녀> 등 쓰는 동화마다 히트를 쳤다. 그는 힘들었던 자신의 모습을 회피하지 않았다. 못생겨서 멸시받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여 쓴 작품이 <미운오리새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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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했지만 자신의 꿈을 잃지 말라고 늘 옆에서 위로해 준 어머니를 모델로 쓴 <성냥팔이소녀>도 인상적이다. 역경을 축복이라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모든 경험을 글감으로 이용했다. 지금의 창작동화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나도 7년 넘게 매일 쓰고 있다. 아직 안데르센의 발끝도 못 따라가는 무명 작가이다. 작가라고 부르기에도 사실 민망하다. 하지만 여전히 이 세상이 다하는 날까지 글을 쓰고 싶다는 작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안데르센처럼 명성을 얻지 못해도 이렇게 글을 쓰는 행위가 좋다. 국문학 전공자도 아닌 도시공학을 엔지니어가 작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한가지다. 지금까지 살아왔던 모든 경험들이 글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인생의 굴곡이 있었다. 13살 초등학교 6학년 2학기 예기치 않는 전학으로 왕따 비슷한 경험을 했다. 외향적인 성격과 내성적인 성격을 모두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쉽게 사람들과 친해지지만 온전하게 마음을 열지 못해 관계 유지가 힘든 상황도 여러 에세이의 모티프로 사용했다. 여러 회사를 전전하면서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했던 2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까지의 시절의 이야기도 충분한 글감이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작가가 되고 싶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자. 나의 이야기를 쓰면 된다. 자신이 평탄하게 살았든지 영화처럼 힘들게 지내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살아왔던 경험을 글감으로 풀어내어 쓰면 그만이다. 그것이 작가가 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어려운 여건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경험과 지식을 멋진 작품으로 만들어낸 안데르센. 앞으로도 나도 안데르센처럼 지금보다 더 멋진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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