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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특별한 사람입니다

by 황상열

얼마 전에 한 대학생에게 전화가 왔다.


“아저씨! 잘 계셨어요? 오랜만에 전화드렸네요.”

“와! 진짜 오랜만이다. 어떻게 지냈어?”

“저 군대 제대하고 내년에 복학해요. 아저씨도 여전히 책 읽고 글을 쓰시고 계신거죠?”

“나야 뭐 회사 다니면서 읽고 쓰고 똑같지. 제대 했구나. 축하해! 입대한지 엊그제 같은데.”

“네네. 부대 안에 있을 때는 소식을 잘 못 전한 거 같아서 안부도 전할 겸 전화드렸어요.”

“내가 고맙지. 이렇게 잘 있으니.”

“아저씨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늘 감사해요.”


여러 번 글에서 소개했던 보육원에서 자란 그 아이다.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생후 3개월이 되어 버려졌던 그 아이는 양부모에게 입양이 되었다. 그러나 다시 그들에게도 학대당하고 버려졌다. 그 때 나이가 5살이었다. 마지막으로 보육원에 가서 다행히도 따뜻한 원장의 보살핌 아래 엇나가지 않고 잘 컸다고 들었다. 그 아이가 중학교 3학년이던 시절에 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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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지인의 소개로 시간날 때 보육원의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소개하는 봉사를 가끔 했다. 매달 가지 못하고 분기별로 갔다. 유난히 책을 좋아하던 아이라서 처음부터 눈에 띄었다. 하지만 두 번의 버려짐에 사람에 대한 불신이 가득했다. 처음에 말을 걸었을 때 유난히 내 시선을 피하던 그다. 그러다가 몇 권의 책을 건네주니 눈이 반짝인다. 늘 혼자 지냈던 그의 유일한 친구가 책이었다. 책 이야기를 하자 몇 마디 한다. 몇 번 만나면서 친해지게 되었다.


내가 건네주는 책 덕분에 자신이 인생을 바꿀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4년간 교류하다가 일상이 바빠져서 더 이상 그를 만날 수 없었다. 간간이 연락하면서 그의 안부를 들었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고 어렵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고. 그의 목소리가 한층 밝아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전화를 끊고 한 번 만나기로 했다. 누구보다도 힘든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이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만들어 나가는 그 아이에게 밥 한 번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부모가 없다고 놀리고 비아냥 대었다고 내 앞에서 엉엉 울었던 아이다.


자신이 초라하고 보잘 것 없다고 고개를 숙이면서 다녔던 그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자신도 특별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는 마지막 멘트에 울컥했다. 그래! 너는 내가 봐도 이제 특별한 아이야. 그동안 잘 참고 잘 살아줘서 고맙다! 그를 보면서 다시 한번 나도 힘을 내려고 한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 여러 사고 등으로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잘 헤쳐나가는 당신은 특별하다. 누가 뭐라해도 자신의 멋진 인생을 사는 사람은 그 자체로 빛이 난다. 그 아이가 더 이상 불행하지 않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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