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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사진

by 황상열

* 오랜만에


지난주 금요일 회사 퇴근 후 우경하 대표님이 진행하는 호텔 책쓰기 1일차 강사로 초청되어 광명역에 가게 되었다. 밤 9시가 좀 넘어서 시작한 강의가 10시 30분까지 이어졌다. 오랜만에 대면강의를 하니 즐거웠다. 역시 직접 사람들의 표정과 반응을 보면서 하는 강의가 살아있는 듯 하다. 물론 온라인 강의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끝나고 나서 우대표님과 관계자 등과 늦은 식사를 마쳤다. 지금 살고 있는 서울 집은 거리가 멀었다. 막차 시간이 간당간당했다. 원래 태어난 고향이 광명시라 간만에 본가에 가서 하룻밤 묵기로 결정했다. 마지막 버스마저 끊긴 터라 결국 택시를 타고 집으로 이동했다. 부모님이 다 주무시는 시간이라 몰래 들어갔다. 하지만 문소리가 들리자 아버지가 나왔다.


“웬일이냐?”

“회사일과 강의 등으로 늦어서 집에서 자고 가려구요. 늦게와서 죄송해요.”

“어여 자라. 니 엄마는 어디 놀러가서 모레 온다.”


아버지 혼자 집을 지키고 있었던 것 같다. 그날따라 좀 피곤하고 울적했는지 아버지 옆에서 자고 싶었나 보다. 배게를 들고 아버지가 주무시는 방으로 갔다. 오랜만에 부자가 누웠다. 나이가 먹었는지 또 한번 울컥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인다. 지금 내 나이의 아버지는 참 강하고 무서운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약해졌을까?


나도 모르게 눈물을 훔치다 잠깐 잠들었다. 눈을 떴다. 30분 정도 잔 듯 하다. 아무래도 다음날 일이 있어 옷을 갈아입어야 할 것 같아 부리나케 가방을 챙겨 집을 나왔다. 자는 줄 알았던 아버지의 전화가 걸려왔다.

“벌써 가냐?”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내일 일정이 있는데 늦잠 잘 것 같아 지금 집에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나왔습니다.”

“그래. 조심히 가라.”


전화를 끊는 아버지의 마지막 한 마디가 뭔가 아쉬움이 느껴진다. 다시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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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사진 그리고 감사합니다. 여전히 나는..


오랜만에 복귀한 가수 임재범의 신곡 <아버지 사진>을 들었다. 그의 노래를 워낙 좋아해서 이번 노래도 나오자마자 구입했는데, 첫 소절부터 뭔가 울림이 있다.


“문득 떠오르겠죠. 참 많이 울 것 같아요. 미움과 그리움 사랑과 원망이 섞인 복잡한 마음이죠... 다른 게 보여요 당신의 나이가 되니 감당 못 하셨을 그 무게와 외로움들이 할퀴던 순간도 속은 아프셨을 그 맘 사랑이었을까요..”


철없던 시절 지금 내 나이의 아버지는 얼마나 많은 삶의 무게와 외로움을 견뎌내셨을까? 나 잘되라고 하던 그 말씀을 잔소리로만 여기면서 모질게 대했던 나의 과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빌어먹을, 마음은 그게 아닌데 그 힘든 심정을 단 한번도 헤아리지 못했을까? 이 나이가 되어서야 아버지에게 술 한잔 따라 드릴 때마다 울컥해진다.


마흔이 넘어서야 아버지가 느꼈던 그 삶의 무게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마음이 제대로 느껴진다. 그냥 지난주 금요일 밤도 아침까지 자고 같이 밥이라도 먹고 나왔어야 했는데.. 토요일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 후회했다. 내 근사한 인생을 위해 아버지 본인은 자신의 근사한 인생을 버렸다.


살아계시는 동안이라도 잘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여전히 나는 생각에만 머무르는 불효자다.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 위해 인생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물론 나도 우리 애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야 하는데 반성해본다. 다시 임재범의 <아버지 사진>을 들어보면서 카톡에 남겨진 아버지의 사진을 오랫동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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