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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by 황상열

우리 나이로 46년의 인생을 보내는 중이다. 내가 고3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딱 지금의 내나이였는데, 시간은 참 빨리 지나간다. 지금도 여전히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지만, 그 시절은 더 방황을 많이 했다.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쉬는 시간에도 책을 펴고 입시공부에 매진했다. 아버지의 기대도 부담이 되었다. 암기 과목에 자신이 있었던 나는 생각해서 응용해서 풀어야 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정말 어렵게 느껴졌다. 어떻게든 좋은 점수를 맞기 위해 노력했지만 본 수능 시험을 망쳤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보면 재수없게 들릴지 모르지만 소위 SKY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시험을 망친 내 기분은 최악이었다.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재수를 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하고 수능 점수에 맞추어서 대학에 진학했다. 내 맘 한 구석에는 억울함이 가득한 채로 학교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남들보다 늦게 군대에 갔다. 공군으로 입대하여 방공포 특기를 부여받고 군복무를 시작했다. 작은 소대 개념으로 6명이 한 내무반에서 생활했다. 신병 시절 4명의 병장과 바로 위 선임병이었던 1명의 일병이 무지하게 괴롭혔다.


매일 밤 끌려나가 맞기도 하고, 얼차려를 받았다. 이유는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주특기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등이다. 군대에서 왜 사람이 미쳐가는지 이해가 되었다. 딱 한가지 생각만 했다. 시간아 어서 흘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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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작은 설계회사에 취직했다. 상사에게 일을 배우는 재미도 있었지만 매일 계속되는 야근과 밤샘근무에 지쳐갔다. 그래도 배운 게 이것밖에 없어서 힘들어도 참고 일했다. 발주처와 지자체 공무원의 갑질, 무한 반복되는 야근과 밤샘 근무에 내 몸과 마음은 계속 피폐해졌다.


내 심신이 온전치 못하다 보니 가족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주게 되었다. 단지 하루하루를 어떻게든 버텨야 겠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희망적인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쌓이고 쌓인 것들이 결국 터지면서 30대 중반에 인생의 깊은 수렁에 빠져들게 되었다. 살고 싶지 않았지만 가족들을 남기고 그럴 수 없었다. 매일 읽고 조금씩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실천에 옮겼다. 그러다 보니 또 시간은 흐르면서 상황은 점점 나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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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단계마다 참 힘겨운 날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다 지나가고 또 다른 챕터를 만나게 되었다.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어제라는 시간은 이미 과거로 지나갔다. 아침에 해가 뜨면 새로운 시간이 시작된다. 여전히 마흔 중반을 지나고 있는 지금도 즐거운 날 보다 괴로운 날이 더 많다. 오늘도 머리 아픈 일이 가득하지만, 인생의 진리 하나는 깨닫고 있는 중이다.


‘모든 것은 시간이 흐르면 지나간다.’


또다시 일이 꼬이고 슬럼프가 시작된 요즘 다시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나의 내면을 채워봐야겠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일단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고 하루하루 충실하게 지내보면 어떨까? 그것이 아마도 힘든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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