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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학교

by 황상열

“야! 오늘 우리 반이 이번 중간고사에서 꼴등 했어! 니들 다 자리 위에 무릎 꿇어.”


이 말을 하는 한 사람이 주먹을 쥐더니 교탁을 친다. 일순간 반 전체가 조용해졌다. 나는 내 짝을 한번 쳐다보면서 그 사람의 눈치를 본다. 그는 계속 말을 이어나간다. 그는 그 시절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이었다.

“니들 공부 너무 안하는 거 아니야? 노는 것도 좋지만 공부도 좀 해야지. 전체 학급 꼴지가 뭐냐? 쪽팔리지도 않냐?”


회초리를 든 선생님은 돌아다니면서 책상 위에 앉아 있는 학생들의 무릎을 때리기 시작했다. 나를 포함한 어떤 학생들은 왜 맞아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내 나름대로 목표한 성적을 거두었는데, 전체 학급 중 가장 낮은 성적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벌을 받는 것이 억울했다. 그 후 우리 반은 시험 결과에서 다시는 꼴지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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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하면서 교육방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어떤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하는 것보다는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을 달달 외워서 정답을 맞추는 방식이었다. 어떤 분야든 암기하는 데 자신이 있었던 나는 공부하는 것이 즐거웠다. 책에 나오는 지식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웠다.


시험 날짜가 다가오면 떨리는 것이 아니라 잘 볼 자신이 있었다. 당시 학교 교육은 사회에서 표준화된 지식을 주입시켜서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1등이 된다. 1등 뒤로 틀린 개수대로 2등, 3등 순으로 쭉 줄을 세운다. 정답을 맞추지 못한 사람은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받는다. 영화 <친구>에서 김광규 배우의 한 마디는 그 쓸모없는 사람에게 비수를 꽂는다. “니 아버지, 뭐하시노?”


나름 학교에서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랐다. 모범생이란 단어가 싫지 않았다.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대로 잘 지키면서 사는 것이 성공이라 여겼다. 그 틀에서 벗어나면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떻게든 정답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다. 그것이 실제 현실 의 학교가 알려준 가르침이었다.


그 방식을 고수하면서 살다가 30대 중반 인생의 풍랑을 만났다. 조금씩 틀에서 벗어나 돌아가긴 했지만 사회가 만든 기준에 맞추어 살았는데, 처음으로 인생의 정답에서 벗어났다. 내가 생각하고 의도한 대로 인생이 바뀌지 않았다. 한 개의 정답만 알고 살아온 나로서는 답답하고 괴로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고난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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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을 지나 마흔으로 가는 길목에서 다시 질문을 던졌다. 정답 밖에 몰랐던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지금 나는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가족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풀어야 할까? 등등 질문은 생각의 꼬리를 물었다. “고난” 또는 “결핍”이라는 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이다. 이 학교에서 다시 진짜 인생 공부를 조금씩 하게 되었다. 공부 도구는 독서와 글쓰기였다.


“고난”과 “결핍”이란 학교에서 나는 다시 신입생이 되어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진짜 인생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한 개의 정답 만이 아닌 다양한 해답을 찾아 자신만의 인생을 찾아가는 것이 진짜 인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요새 다시 고난의 시기가 온 듯하다. 하는 일마다 꼬여서 어떻게 매듭을 풀어야 한다.

살아보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학교는 “고난”과 “결핍”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고난과 결핍을 겪는다. 이 시기를 어떻게 잘 견디고 극복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이 달라진다.지금 혹시 고난과 결핍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다시 올라갈 일만 남았다. 저기 보이는 골목길만 돌면 자신의 근사한 인생을 만날 수 있으니까.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는 인생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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