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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무엇으로 살아가고 있나요?

by 황상열

몇 년 전 모임에서 만난 몇 명의 사람들과 친해졌다. 글을 본격적으로 쓰면서 책을 몇 권 출간하고 나서 한 사람의 소개로 들어가게 된 모임이다. 그 모임에는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고 자격이 되어야 입회가 가능하다고 들었다. 그 자격 요건은 다음과 같았다.


“10억 이상 자산 보유, 자신의 책 한 권 이상 출판, 자신의 기업 소유, 기업 임원급 이상 등 1가지 이상 가지고 있는 사람만 가입이 가능합니다.”


나는 그만한 자산가도 기업 임원도 아니었다. 더군다나 내 사업을 하고 있지도 않았다. 누구나 알만한 베스트셀러가 아닌 몇 권의 책을 단지 출간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처음 모임에 참여했을 때는 주눅이 들었다. 참석자 면면을 보니 대기업 임원, 누가 봐도 부티나는 자산가 등이 모인 자리였다. 그래도 자격이 되어 이 모임에 참가했으니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그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사랑.jpg

“회사를 다니면서 몇 권의 책을 출간한 황상열입니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와! 멋지네요. 저는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000입니다.”

“저는 몇 채의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투자자로 활동하는 000입니다. 작가를 처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예의있게 같이 인사해주는 그들이 참 멋져 보였다. 다른 한 사람에게 똑같이 내 소개를 했다. 인사를 하고 악수를 청했다, 그러나 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인사도 받는 둥 마는 둥 했다.

“이 모임은 어중이 떠중이 다 들어오나 봐요? 수질 떨어지게. 여기 모임 운영자 분들 회원관리 요새 안하시나요?”


그 말을 들은 나는 다시 주눅이 들었다. 귀가 새빨개지고 얼굴을 화끈거렸다. 나를 소개해주고 데리고 온 주선자가 그에게 소리쳤다.

“무슨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하세요? 제가 추천해서 오게 된 사람입니다. 책을 쓴 작가 자격으로 온 사람에게 무슨 막말입니까?”

“아 그러세요? 무슨 책인지 들어나 봅시다. 요샌 개나 소나 다 책쓴다고 하는데.”

“이 XX 야? 말이면 다 되는 줄 알아?”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어 주선자를 말리고 같이 나왔다. 모임을 초대한 주선자는 나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했다. 왜 형님이 미안해 하냐고 나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그를 위로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돈이 최고라고 여기면서 거기에 얽매어 살아가는 사람, 명예와 권력이 탐이 나서 어떻게든 그 위치까지 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 등등 참으로 많다. 그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 사람의 성향과 각자 가지고 있는 욕망이 다르다 보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그 가치를 호도하면서 타인을 깔아뭉개고 피해를 주는 사람은 아니라고 본다.

오늘따라 그 모임에서 나에게 면박을 주던 사람이 떠올랐다. 혹시나 해서 유튜브를 찾아보니 여전히 잘 나가는 사람이다. 화면에서 보는 그는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이 멋져 보였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지금 자기 자신이 보잘것없고, 초라해 보이더라도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큰 가치가 아닐까? 아마 나도 다른 누군가에게 그렇게 보일지 모르겠다. 나부터 반성해야겠다. 돈, 명예, 권력, 성공만 좆고 있는 건 아닌지. 사랑이란 가치를 잊어버린 것은 아닌지 오늘 한번 생각해보자. 당신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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