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은 어떤 안경을 끼고 있나요?

by 황상열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려면 안경을 벗어야 한다. 오랜만에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봤다. 안경을 벗자마자 앞이 뿌옇게 보인다. 물건의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 나도 조금씩 나이를 먹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마흔이 넘으면 몸이 어딘가 하나씩 고장이 난다고 선배들이 이야기 했는데, 정말 공감이 간다. 세수를 하고 다시 안경을 쓰니 세상의 모든 물건들이 잘 보이기 시작했다.


안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 시절부터다. 나의 왼쪽 눈이 오른쪽 눈의 시력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짝눈’이다. 오른쪽은 1.0 이나, 왼쪽은 0.3 정도다. 잘 보이지 않다 보니 계속 인상을 찌푸렸다. 사람들이 무슨 기분 나쁜 일이 있냐고 물어볼 정도다. 결국 어머니를 따라 안경점에 가서 검은 뿔테 안경을 맞추고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쓰는 것이 불편했지만, 그래도 물건이나 사람이 잘 보이니 행복했다. 찌푸린 나의 얼굴도 점점 좋아졌다.


얼마 전 퇴근길이다. 평소 잘 오던 지하철이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30분 정도가 지연되었다고 안내 방송이 나온다. 집에 빨리 가야 할 상황이었는데, 어쩔 수 없었다. 지연 사유를 들어보니 장애인 연합회에서 지하철을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닥치고 글쓰기 (9).png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 입구를 봉쇄했다고 한다. 당연히 수많은 사람들이 지하철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장애인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지만, 저런 소수의 장애인들 때문에 보는 시선과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그들을 바라보는 나만의 다른 안경을 착용하게 된 것이다.

결국 경찰과 공사 직원들이 그들을 끌어냈다. 왜 우리를 괴롭히냐는 그들의 외침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당신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따로 선입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들에 대한 내 안경은 이미 색이 칠해졌다. 다시 장애인을 만나게 되면 색안경부터 끼고 보지 않을까 라는 위험한 생각이 들었다.

편견을 가지게 되면 판단이 흐려진다. 객관적인 사고를 못하게 되고 감정이 개입된다. 아무리 올바르게 관찰하고 생각해도 그 편견과 가깝게 결론을 내려버린다. 특히 나는 인간관계에서 편견이 심했다. 어떤 사람과 친해지다가도 나만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된다. 그 사람의 장점 보다는 단점이 잘 보였다. 그런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 부던히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조금씩 가지고 있던 편견을 없애고 있다. 여전히 나만의 색안경을 없애는 일은 쉽지 않지만, 깨끗하고 투명한 안경을 쓰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편견이 있는가? 어떤 대상이나 사물에 대해 한 쪽으로만 바라보고 판단을 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색안경을 끼지 말고 자신의 투명한 안경을 다시 써보는 연습을 하자. 안경 하나 바꾸어도 세상이 달라진다.

안경.jpg

#당신은어떤안경을끼고있나요 #안경 #색안경 #자이언트라이팅코치 #닥치고글쓰기 #돈 #인생 #현실 #삶 #라이팅 #인문학 #마흔의인문학 #마흔이처음이라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 #황상열작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보상의 수레바퀴는 천천히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