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우리 집은 화분이 가득했다. 어머니께서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했다. 아파트 베란다에 이름을 모르는 식물이 종류별로 있었다. 가끔 학교에서 돌아오면 분갈이를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어느 날 어머니가 새로운 식물을 하나 가져왔다. 한 달이 지나도 그 식물은 새싹만 났지 더 이상 위로 자라지 않았다. 어머니께 물었다.
“엄마, 저 꽃은 왜 위로 자라지 않아요? 죽은 것 아니에요?”
어머니도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화분이 작으니 다른 큰 화분에 옮겨보자고 했다. 그 식물을 보니 아직 죽은 것 같지 않았다. 만약에 죽었다면 잎과 줄기가 말랐을 테지만 아직 촉촉했다. 물기가 아직 남아있었다.
주말에 큰 화분에 분갈이를 시작했다. 작은 삽으로 흙을 퍼냈다. 그런데 엄청난 길이의 뿌리가 엉켜 있었다. 어머니는 나에게 뿌리가 깊을수록 나무는 잘 자란다고 한 적이 있다. 아마 이 식물도 이제 뿌리가 잘 내리면 곧 줄기가 더 위로 뻗어서 자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분갈이를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햇빛과 물 등을 충분히 공급받자 정말 줄기가 많이 자란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린 초등학생의 눈에는 정말 신기했다.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작은 도시계획 엔지니어링 회사에 들어갔다. 취업을 하기 위해 뒤늦게 전공을 살린 케이스다. 대학에서 이론으로 이미 접해서 업무도 금방 적응할 줄 알았지만 오산이었다. 입사하고 1년 내내 사수에게 단순한 업무도 못한다고 매일 혼났다. 혼날 때마다 이것밖에 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한심했다. 자괴감이 들었다.
이 회사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고 여겼다. 스트레스가 많다보니 매일 자책하고 술을 마셨다. 그러다가 어느날 무슨 일이든 처음에는 낯설고, 업무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하자고 다짐했다. 상사가 시키는 일은 실수를 줄이고, 조금씩 내 업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올해로 만 18년차 직장인이 되었다. 여러 회사를 전전했지만 한 분야에서 버티고 있다. 아마도 지금까지 조금씩 공부하고 경험하면서 쌓아놓은 뿌리가 깊어지다 보니 계속 조금씩 성장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2015년부터 쓰기 시작해서 벌써 8년째다. 5줄 이상 절대 쓰지 못했던 내가 일생 처음으로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매일 조금씩 내 감정이 가는대로 또는 내 마음에 낙서하듯이 썼다.
예전 아팠던 기억, 좋았던 추억, 지금의 일상에서 느끼는 단상, 책을 읽고 난 소감 등을 닥치는대로 썼다. 그렇게 매일 쓴 글이 뿌리가 되어 자라기 시작했다. 여전히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몇 권의 책을 출간하게 된 성과는 뿌리가 단단하게 뻗은 이유가 아닐까?
주변을 보면 급하게 자신이 원하는 성과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 천천히 뿌리를 내리고 시간이 지나야 그것이 단단해져서 어느 순간 자라는 것이 인생의 이치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급하게 진행하다 보면 단기간의 성과를 만들지 몰라도 오래 가지 못한다.
주변에 지금 1인기업으로 성공한 멘토나 지인들을 봐도 최소 3년에서 5년 이상의 뿌리가 자라는 시간이 있었다.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기본기를 다지면서 내실을 추구하다 보면 반드시 성장하는 날이 온다. 뿌리깊은 나무가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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