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황상열 씨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남은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산소 호흡기를 달고 빠작 마른 한 남자가 누워 있다. 의사는 더 이상 이제 살 날이 남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듣고 있는 나는 뭔가 홀가분한 마음이 든다. 인생의 끝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오히려 담담하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 있을까? 숨쉬기도 힘든데 말을 하라고 하니 뭔가 아이러니했다. 말보다 글이 편한 사람이라 종이와 펜을 가져달라고 했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손가락에 펜을 쥐기도 힘들다. 다시 포기하고 녹음기를 가져다 달라고 했다. 가족 중 한 명이 내 입에 녹음기를 틀어주었다. 뭐라고 말할 찰나에.
눈을 뜨니 깜깜하다. 아직 동이 트려면 한참 시간이 남았다. 옆을 보니 아직 아내와 아이들은 자고 있다. 내 볼을 꼬집으니 너무 아프다. 아직 환자는 아니구나. 꿈에 본 나는 완전히 이제 죽음을 앞둔 말기암 환자였다.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 다른 것은 희미해지는데, 그 의사의 질문은 또렷하게 내 머릿속에 남았다.
주일이라 교회 예배에 참여한다. 목사님의 설교 주제가 부활에 관한 것이다. 그 내용 중의 질문 하나가 바로 오늘 제목이었다. 며칠 전 꿈에서 의사가 이야기 한 질문과 일맥상통한다. 계속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을 하다보니 이런 질문까지 오게 된 듯 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 질문의 답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과연 인생의 마지막 날을 앞두고 있다면 어떤 고백을 남기고 싶을까? 이미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사람들은 유언장을 미리 쓰기도 한다. 갑작스런 죽음에 이런 고백 조차 남기지 못하고 세상을 뜨는 사람도 있다.
아이폰을 남기고 50대 중반에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는 죽음을 얼마 앞두고 이런 고백을 남겼다.
“내가 고등학생 시절부터 ‘매일 아침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지금부터 하려는 바로 이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하면서 살았습니다. 우리는 앞을 바라보면서 점들을 연결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뒤를 바라볼 때만 우리가 찍어온 점들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부디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마세요. 스스로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세요.”
참으로 54년의 짧지만 굵고 살게 간 잡스 다운 고백이다. 이 구절을 읽어보면서 나도 지금 시점에서 만약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이런 고백을 남기고 싶다.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위해 기꺼이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들이대며 살았습니다. 그 와중에 많은 실패도 하고, 조금이지만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짧은 인생이었지만 자신만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혹시 지금 헤메고 있다면 당신만의 모멘텀을 찾아 멋진 자신만의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고백으로 남기지 않았을까? 가장 멋지고 울림이 있던 고백은 바로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 아닐까 싶다.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을 소개하면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어떤 고백을 남기고 싶은지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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