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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May 18. 2023

나쁜 기억과 마주해 보는 것도 좋다.

어떤 커뮤니티에서 한 남자의 글을 보게 되었다. 결혼한 지 이제 1년이 넘은 신혼부부다. 결혼을 하게 되면 연애할 때와 다르다. 양쪽 집안도 챙겨야 한다. 시댁과 처가에 명절이나 기념일에 방문하여 시간을 보낸다. 이 글을 쓴 남자는 처가에 다녀올 때마다 기분이 우울해진다고 했다.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주의 깊게 읽어보게 되었다.      


글쓴이의 아내가 자란 처가 분위기는 상당히 화목하다. 처가에 가면 장인과 장인어른이 사위가 왔다고 극진히 대접한다. 글쓴이는 그런 분위기가 너무 익숙하지 않아 갈 때마다 당황스럽다고 표현했다. 자신이 살았던 집의 분위기와 정반대라 황송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행복하다고 글에서 전하고 있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아내와 돌아오면 눈믈이 왈칵 쏟아진다고 했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이유 없이 맞고, 시험을 잘 쳐도 어머니에게 칭찬 한 마디를 들어보지 못했다. 아내는 글쓴이가 왜 그런지 의아했지만, 과거 이야기를 듣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같이 울었다고 한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그 시절의 기억이 자꾸 처가에 갈 때마다 마주치는 것이 처음에는 힘들었다. 하지만 자꾸 나쁜 기억과 마주하다 보니 자신을 괴롭혔던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알게 되었다. 이제는 앞으로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구절로 글쓴이는 글을 마무리했다.      


11년 전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 더 이상 월급을 줄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나도 업무상 실수를 하게 되었다. 그게 원인이 되어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약을 하지 못했다. 그 당시 팀장으로 있던 나는 책임을 져야 했다. 갑작스런 해고를 당하게 되자 당황스러웠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내 인생은 전개되었다.      


며칠 동안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대인 기피증에 걸렸지만 그래도 챙겨주는 소수의 지인이나 친구들이 부르면 저녁에 조용히 만났다. 술자리에서 그들 앞에서 나의 가슴을 손으로 치면서 울부짖었다. 제발 한 번만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술잔을 연거푸 마시다가 다들 헤어졌다.      

답답한 마음에 밤거리를 헤메고 다녔다. 주머니에는 돈 한 푼 없었다. 내 인생은 왜 이렇게 풀리지 않냐고 하늘을 보면서 소리쳤다. 잘 흘러가던 내 인생의 시계는 35살 어느 시점부터 거꾸로 흘렀다.      


오늘 글을 쓰면서 그 당시 떠올리고 싶지 않던 나쁜 기억과 다시 마주하고 있다. 힘든 시절이 없었다면 아마 읽고 쓰는 삶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기에 인생을 다시 배울 수 있었다.    

  

나쁜 기억과 조우하는 것도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괴롭고 나쁜 기억이 있는가? 오늘은 그 기억을 피하지 말고 한번 떠올려 보자. 당장 괴로울 수 있지만 천천히 그 기억을 마주하고 자신을 돌아보면 또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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