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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n 09. 2023

글쓰기도 비판보다는 칭찬을

2015년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책 <모멘텀> 원고 몇 편을 쓰고 나서 몇 권의 책을 출간한 기성작가에게 피드백을 부탁했다. 당연히 처음 쓰는 거라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며칠 후 그는 나에게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글을 이렇게 쓰면 안됩니다. 그냥 자신의 입장만 나열하고 문장도 엉망진창인데 무슨 작가가 되겠다고 하십니까? 이런 글을 쓰실 거면 그만두세요.”     


메시지를 보는 순간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헛된 망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시 글을 쓰려고 하니 자판을 두드리는 것이 두려웠다.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만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자려고 누웠지만 새벽까지 이리저리 뒤척이다 겨우 잠들었다. 꿈에서조차 그 메시지만 떠올랐다. 그 작가가 큰 소리로 나에게 계속 소리치는 것 같았다. 아침에 눈을 떴다. 주눅이 들어서 더 이상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자신감이 없어졌다. 내가 썼던 원고 파일을 다 지웠다. 내가 쓴 글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또 먼저 책을 출간한 다른 작가에게 내가 쓴 글을 보여주었다. 그는 꼼꼼하게 내 글을 읽어보더니 잘못된 점을 몇 개를 객관적으로 알려준 뒤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내용이 참 진솔해서 좋아요. 아마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부족한 내 글도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칭찬을 들으니 다시 글을 쓰고 싶어졌다.     


글쓰기/책쓰기 강의를 하면서 수강생들도 자신의 글이 어떤지 궁금해한다. 나에게 어떤 점이 부족하고 고칠 것이 있는지부터 물어본다. 처음에는 나도 모르게 칭찬보다 비판적인 피드백을 많이 주었다.      


사실 나도 아직 글쓰기 실력이 부족한데, 타인에게 이것은 이렇게 고쳐라 저것은 저렇게 바꾸라고 잔소리만 했다. 비평이 아니라 비난이 더 많았다. 올챙이적 생각을 못했다. 나에게 비판했던 그 선배 작가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결국 수업을 듣던 사람들은 내 곁을 떠났다.      


이제는 타인이 쓴 글에 객관적으로 부족한 기술적인 부분만 이야기한다. 사실 내용은 나보다 좋은 사람도 많았다. 쓰고자 하는 주제에서 경험과 감정을 통해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선명했다. 상대방에게 그런 부분을 먼저 칭찬하고, 보완해야 할 점을 사실만 정리해서 말해주니 오히려 계속 쓸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기뻐했다. 칭찬은 하면 할수록 확실한 동기부여를 줄 수 있다.      


앞으로 글을 쓰고 싶다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마음껏 그가 쓴 글에 칭찬해주자. 또 먼저 책을 내고 경험했다고 타인이 쓴 글에 자신의 잣대를 들이대어 잔소리하지 말자. 비평은 할 수 있어도 비판은 하지 말아야 한다. 비판은 사람을 주눅 들게 한다. 글쓰기 뿐만 아니라 어떤 일도 잘 해낼 수 없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조금 잘 쓰지 못했더라도 스스로 비판하지 말고 칭찬해주자. 자신의 칭찬이야말로 계속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큰 동기부여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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