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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n 10. 2023

먼저 쏘고 나중에 그리자

글쓰기/책쓰기 강의를 하거나 스승님의 강의를 듣기도 한다. 강의 후기를 보면 교집합이 생기는 내용이 보인다.      


“오늘 강의 잘 들었습니다. 주제와 목차까지 잡았는데, 막상 쓰려고 하니 쓸거리가 없어요. 관련 자료를 모두 찾아놓고 그 다음에 써볼게요.”

“그동안 일이 생겨 쓰지 못하다가 작가님의 강의를 들으니 다시 한번 써봐야겠다는 동기부여가 생깁니다. 다시 한번 힘내서 써볼게요.”     


후기에는 이렇게 쓰고 나서 다시 글을 쓰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자료 수집을 완벽하게 다 하고 쓰겠다, 일을 마치면 쓰겠다... 각자 개인 사정이나 상황이 생겨서 잠시 못 쓰는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1년이 넘어가도록 자료 수집만 하거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못 쓴다고 하면 차라리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다. 그만큼 절박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다면 최소한 한 권의 책이라도 출간해야 해 봤다고 어디 가서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화살을 둥그런 과녁에 맞춘다고 가정하자. 처음부터 정 가운데 맟힐 확률이 얼마나 될까? 타고난 신궁이 아닌 이상 첫 발부터 맞추기는 어렵다. 그럼 잘 맞추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첫 발부터 쏴봐야 한다. 아무리 정 가운데를 잘 맞히는 방법을 강의하거나 알려준다고 해도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일단 강의에서 배운 내용대로 어떤 글이든 써야 한다. 당장 지금 노트북을 켜서 한글창을 열어 오늘 무엇을 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등 일상의 조각부터 모아서 단 몇 줄이라도 쓰자. 구성은 어떻게 해야 하고, 내용은 어떤 것을 넣을지 등은 쓰면서 고민해도 된다.     


지금까지 몇 권의 책을 출간하고 수천 개의 글을 블로그에 포스팅할 수 있던 이유도 무조건 글감을 찾으면 그냥 쓰기 시작했다. 내가 쓰고자 하는 분량만 채운다는 생각으로 무조건 끝까지 썼다. 처음 쓰는 원고는 분량을 채워야 한다. 일단 채워져야 비울 수 있는 것처럼 글도 마찬가지다. 양이 채워졌다면 잘못된 부분을 덜어내면 된다.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먼저 쓰고 양을 채운 뒤 몇 번의 수정을 거쳐서 나온 결과물이 우리가 시중에서 볼 수 있는 책이다. 그 책을 쓴 저자들도 한 번에 완벽하게 준비해서 쓰지 않았다. 먼저 쓰면서 양을 채워나간 후 나중에 고쳤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지만 달성하지 못하는 이유도 완벽주의 때문이다. 물론 이해는 된다. 완벽하게 준비해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철저하게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너무 완벽하게 준비한다고 시간을 보낸다면 최적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일단 되고 싶고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이 있다면 먼저 쏘고 나중에 과녁을 그려도 된다. 시작할 수 있다면 이미 당신의 기적을 만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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