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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un 12. 2023

엔딩 크레딧

“아빠, 나 이 영화 보고 싶었어!”

“영화 시작이 얼마 안 남았으니 얼른 신발 신고 가자.”     


지난 금요일 회사 일을 마치고 퇴근을 서둘렀다. 8시 20분에 시작하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다. 오랜만에 둘째 아이와 극장에 가게 되었다. 7시 30분 전후 집에 도착했더니 아이가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가방만 의자에 올려 놓고, 얼굴과 손만 간단히 씻고 다시 나도 신발을 신었다. 아들은 신이 났는지 입꼬리가 올라가 있다. 제 시간에 영화를 보기 위해 서둘러 아이와 집을 나섰다. 보기로 한 영화는 “트랜스포머”신작이다. 시리즈 전체로 보니 벌써 6편이다.      


극장에 도착했더니 30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아이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아무래도 뭔가 먹여야 할 것 같아 근처 분식집으로 이동했다. 김밥이 먹고 싶다는 아이의 요청에 바로 주문했다. 허겁지겁 같이 입에 김밥을 구겨 넣었다. 맛있게 먹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나도 같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먹고 나서 다시 상영관으로 이동했다.      


화면에 반가운 캐릭터가 나온다. 오랜만에 보는 옵티머스 프라임, 범블비 등 오토봇의 활약에 같이 박수쳤다. 2시간 동안 쉼 없이 몰아치는 액션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아이도 같이 신이 났는지 밤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유지했다. 힘을 합쳐 보스를 물리친 오토봇과 주인공은 해피엔딩을 장식한다. 영화가 끝나면 불이 켜지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온다.      

엔딩 크레딧은 영화에 참여한 배우, 감독, 스태프 등의 이름이 자막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의미한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땀으로 이루어진다. 그 역할에 맞게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배우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그들을 뒷받침하는 스태프와 감독이 없다면 한 편의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들을 기리기 위해서 참여했던 사람들의 명단을 같이 공유하고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가 엔딩 크레딧이라 생각한다.      


보통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사람들은 자리를 뜬다. 하지만 요새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다 끝나고 쿠키 영상을 보여준다. 영화의 또 다른 재미있는 볼거리라고 보면 된다. 역시 트랜스포머 시리즈도 쿠키 영상에서 다음 편에 대한 힌트가 나왔다.      


화려한 무대 뒤 엔딩 크레딧까지 끝나면 다시 공허해진다. 시끌벅적했던 공간이 다시 고요해진다. 인생도 한 편의 영화처럼 화려했다가 어느 순간 끝나면 허무하고 외로운 순간도 만나게 된다. 오토봇 들의 화려한 순간을 보면서 나도 한 때 잘 나가던 시절이 생각났다. 일이 잘 풀리던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다. 그러다가 해고를 당하고 혼자 남게 된 순간과 이야기가 끝나고 조용해진 무대가 같이 내 머릿속에 오버랩되었다.      

인생이 혼자라고 느끼는 순간 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 잘 나갈 때만 몰려들던 사람들이 내가 나락으로 떨어지자 한 순간에 모든 연락이 끊겼다. 그런데 돌아보니 그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나에게 힘이 되어준 가족과 소수의 친구, 지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있었기에 내 인생의 영화도 다시 만들 수 있었다. 그들의 이름을 적어놓고 내 인생의 영화가 끝날 때 같이 엔딩 크레딧에 올리고 싶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문득 외롭다고 느끼는가? 분명히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을 떠올려보고 전화 한 통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의 엔딩 크레딧도 해피엔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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