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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Sep 20. 2023

세렌디피티의 법칙

“안녕하세요, 황상열 작가님! 000 도서관입니다. 글쓰기 특강 가능하실까요?”

“아! 반갑습니다. 일정이 맞으면 가능합니다. 제가 주중에는 회사를 다녀서요.”     


올해 초 바쁜 회사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길이다. 모르는 전화번호가 휴대폰 화면에 떴다. 처음 보는 번호는 스팸이 많아서 잘 받지 않는데, 혹시나 해서 받았다. 여론조사나 광고가 아니었다. 000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한 사서의 목소리였다.      


자신이 근무하는 도서관에 2년 전 출간한 <닥치고 글쓰기>가 들어왔는데, 정리하다가 한 번 읽게 되었다고 먼저 밝혔다. 가독성이 좋아 쉽게 책이 읽히고, 글쓰기를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어 좋았다는 평가와 함께 정중하게 특강이 가능한지 요청했다. 생각지도 못한 강의 제의를 받게 된 것이다.      


 10여년 전 인생의 바닥까지 추락하고 나서 하루 종일 집에서 멍하니 누워만 있었다. 밤이 되면 여전히 나를 받아준 소수의 지인 또는 친구를 만나 술을 마셨다. 그들을 붙잡고 신세 한탄하다가 취해서 집에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자 그들은 나를 피하기 시작했다.      


답답한 마음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지치고 힘든 내 인생을 바꾸기 위해 시작했던 글쓰기였다. 계속 담아두면 폭발할 것 같았다. 어떻게라도 이 감정을 풀어야 하는데, 그 방법을 몰랐다. 무작정 노트북을 켜서 한글창을 열었다.      

솔직한 내 감정과 그동안 응어리진 모든 것을 생각나는 대로 썼다. 정말 아무 구성도 없었다. 그냥 지금 내가 무엇 때문에 속상하고 힘들었는지 쓰기 시작했다. 나에게 피해를 준 사람에 대한 육두문자도 썼다. 그렇게 매일 쓰다 보니 글쓰기가 좋아졌다. 잘 쓰든 못 쓰든 일단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나면 참 뿌듯했다. 가라앉았던 감정도 다시 위로받고 살아난 느낌이다.      


그렇게 시작했던 글을 쓴 기간이 이제 8년이 넘어가고 있다. 내후년만 지나면 글을 쓴지도 10년 차다. 이렇게 오랫동안 매일 쓴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기적이다. 무엇을 해도 1년을 못 넘기고 포기했던 내가 독서와 글쓰기를 만나면서 달라지고 있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꾸준하게 하는 힘을 알게 된 것이다.      


긴 시간 동안 글을 쓰면서 무언가를 바라본 적은 없다. 아니 한 개 정도 있다면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초베스트셀러 작가 정도였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내가 쓴 글을 본 독자들이 잘 읽었다고 하는 반응을 볼 때마다 다시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8년 만에 찾아온 000 도서관 강의 제안은 나에게 생각지 못한 우연이었다.     


일정을 확인해보니 가능했다. 바로 다시 일정 조율 후 000 도서관에 가서 2시간 글쓰기 특강을 잘 마쳤다. 좀 더 잘 쓰기 위해 노력한 것 밖에 없는데, 우연한 행운을 가져다주었다. 이것을 ‘세렌디피티의 법칙’이라고 부른다고 책에서 알게 되었다. 그날부터 ‘세린디피티’라는 단어가 좋아졌다. 예기치 않는 행운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다. ‘세렌디피티 법칙’은 하루하루 열심히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한 이들에게 찾아오는 우연이라고 설명한다.     


 내 삶에도 충실하지 못한 채 우연과 행운을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결국 하루하루 계속 글을 쓰다 보니 이런 세렌디피티의 효과를 누린 것이 아닐까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어떤 분야에 상관없이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다 보면 ‘세렌디피티’ 키워드처럼 행운이 생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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