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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Sep 24. 2023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죽음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 헨리 마시>

마흔 중반을 넘어가다 보니 예전 선배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몸이 안 아픈 곳이 없다. 눈도 노안이 오기 시작했다. 치과 검진을 받으러 갔더니 어금니 하나는 신경 치료가 필요하고 한다. 조금만 과로하면 피곤해서 눕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다 보니 7월부터 다시 헬스장에 등록하여 운동을 시작했다. 하루에 만보 이상 걷기 위해 노력중이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도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 먹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즉 언젠가 찾아올 죽음을 만나러 간다고 볼 수 있다. 나도 아직 나의 마지막 모습을 상상한 적은 없다. 다만 예전보다 죽음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또 나름대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지.      


저자는 암을 고치는 의사였다가 70세가 넘어 자신이 암에 걸린 환자가 되었다. 암환자가 되고 나서야 죽음에 대해 좀 더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서두에서 밝히고 있다. 처지가 바뀌자 자신이 의사였을 때 환자들에게 너무 모진 말을 한 것 아닌지 후회하고 있다. 저자가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어보기로 했다.      


“인생의 막바지에 이르자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겼거나 무시했던 질문들,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질문들이 갑자기 매우 중요하게 다가왔다.”     


아마 나도 인생의 마지막에 다다르게 되면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질문이 무겁게 다가올 것이다. 이어령 박사님도 인생의 마지막 그런 질문들이 너무 중요하게 다가왔다고 말씀한다.   

   

“인간의 뇌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서서히 줄어들다가 결국 뇌척수액에 동동 떠 있는 쪼글쪼글한 호두처럼 변한다.”     


죽은 사람의 뇌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이제 효용가치가 다 되어 쪼그라든 정말 호두 같은 모습이었다. 살아있는 동안 뇌가 더 쪼그라들기 전에 잘 써보고자 한다.    

  

“질병이 삶을 지배하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래도 주어진 운명을 순순히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며칠 전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몸이 많이 피곤해서 오랜만에 병원을 갔는데, 검사가 필요하다고 해서 받았다. 뭐 큰 병은 아니겠지만, 갑자기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라고 하니 무섭다. 저자도 지금 병이 삶을 다 지배한 것은 아니다 보니 순순히 운명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죽음이 임박하면 아마도 그 운명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인간의 본능은 살고 싶은 게 먼저니까.     


“물리학자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동등하게 실재한다는 블록 타임에 대해 얘기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있는 곳이 이 행성의 수많은 장소 중 한 곳인 것처럼 현재는 한 장소이고, 과거와 미래도 그저 다른 장소일 뿐이다.”     

저자는 죽음이 가까워 오면서 결국 지금 이 순간 현재의 삶을 최대한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을 내린다. 어차피 과거와 현재, 미래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시간뿐 아니라 공간까지 다 그렇게 되어 있지만, 과거와 현재, 미래는 각각 그 시점의 또다른 장소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과거가 되고 지금을 잘 살다 보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 죽는다고 해도 후회가 없을 거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의사에서 암환자의 입장이 된 저자의 담담한 문체가 특징이다. 시종일관 유쾌하거나 그렇다고 기분이 가라앉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을 통해 죽음에 대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어 좋았다. 나도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할까? 라고 누가 물어본다면, 나는 90살 내 생일에 자다가 편안하게 가고 싶다.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죽음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 출판사 서평단에 뽑혀 읽고 솔직하게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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