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4050 조기퇴직 관련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요즘이다. 아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지인, 친구 등과 통화할 때마다 앞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는 사람이 많다.
예전에는 안부 정도 묻다가 짧게 통화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샌 한 번 통화하면 10분이 훌쩍 넘어간다. 서로 자세한 현재 상황을 알려주고,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을 구하다 보면 이야기가 길어진다. 한 명이 이야기하면 경청하고, 같이 공감하다가 한숨을 쉬기도 한다.
대기 발령을 받고 나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다른 부서로 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여건이 좋지 않아 근무하는 직원을 내보내는 상황에서 새로운 직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았다. 결국 2주 정도 면담 등의 절차를 거쳐서 퇴사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다시 백수 신분으로 돌아가다 보니 이제 다시 갈 곳이 사라졌다. 오랜 시간 동안 일했던 직장을 보내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내가 원해서 그만둔 것이 아니다 보니 오히려 마음이 더 답답했다. 한창 바쁠 아침 시간에 낙엽이 떨어지는 거리를 하염없이 걷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이젠 나뭇잎이 거의 떨어진 나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지막 잎새 하나가 지금 내 모습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다시 힘을 내보자고 다짐하지만, 가슴 한 구석이 시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중년 나이에 회사를 나오게 되면 어떤 병에 걸리게 될까?
첫째, 우울증과 무기력증이 심하게 온다. 2030 젊은 나이의 직장인도 회사를 나오게 되면 우울해진다. 당연히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좋지 않은 일을 벌어지면 감정이 좋을 수가 없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의 차이라고 하는데, 감정을 절대로 한 번에 끊을 수 없다. 이제 마흔 중후반 나이에 이런 상황을 만나게 되니 그전에 겪은 우울증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매일 긴장하다 보니 금방 피곤해진다.
둘째, 불면증 등 수면 장애가 온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한다. 몸이 아프거나 너무 피곤한 것을 제외하고 눈을 감으면 또 아직 오지 않는 미래를 먼저 걱정하게 된다. 쓸데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이 되지 않는다. 옆에 자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더 불안해진다. 잠이 많은 나도 몇 번을 깼는지 모르겠다.
셋째, 호르몬 변화와 스트레스 관련 질병에 걸릴 수 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심장질환, 고혈압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원래 스트레스로 인해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있었는데, 더 심해졌다. 입맛도 없어졌다. 이 스트레스가 길어지면 면역체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중년 나이에 회사를 나오게 되면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질병에 걸릴 수 있다. 특히 집 안에만 머물러 있으면 이런 질병이 더 심해진다. 무조건 이런 경우에는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좋다. 잠시 산책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람을 만나서 위로를 받는 것도 좋다. 나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극복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일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회사 안에 있을 때 퇴사 이후의 계획을 먼저 세워보는 게 중요하다.
퇴사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인생의 끝처럼 보이지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여기기도 한다. 중년의 퇴직은 분명하게 자신만이 아니라 모든 가족에게 영향을 미친다. 부디 우울증 및 무기력증, 불면증, 스트레스성 스트레스에 걸리지 말고, 자신의 건강을 소중하게 지켜야 한다. 그것이 인생의 다음 레벨(NEXT LEVEL)을 나아갈 수 있는 최소의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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