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점심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 카페에 들어갔다. 역시 점심 시간이라 사람이 많다.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앉을 자리가 있는지 찾아봤다. 구석에 노트북을 놓을 수 있는 자리가 보였다. 가방을 테이블에 미리 가져다 놓고 주문한 커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내 옆자리를 보니 어느 회사 직원들이 왔는지 시끌벅적하다. 삼삼오오 앉아서 어제 봤던 드라마나 축구 경기 등 사소한 이야기를 웃으면서 나누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식사 후 동료나 선후배 직원과 커피 한 잔 하면서 담소를 나누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갑자기 이런 상황이 되어 그들을 바라보니 씁쓸했다. 회사 안에 있을 때는 그렇게 친절했던 사람들이 퇴사 이후에는 단 한 통의 연락이 없는 모습에 더 공허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도 아닌데, 다시 그런 현실을 마주하니 더 우울하고 외로웠다.
나이가 들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더 고민한다.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보니 여기저기 불러주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또 그런 자리가 없는 날은 내가 약속을 잡아서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회사 다닐 때도 먼저 다가가 그들의 애로사항은 없는지 들어보고 술도 사주면서 위로하고 같이 해결책도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내가 힘든 상황이 되어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연락을 받지 않거나 피했다.
이제는 그런 사실을 너무 명확하게 알고 있어서 회사에서 친하게 지냈던 2~3명을 제외하고, 절대로 연락하지 않는다. 물론 그들이 먼저 나에게 연락할 일도 없을 것이다. 퇴사하고 나면 이해관계로 얽혀진 관계가 단절된다. 회사 안에 있을 때는 수익 창출 및 이윤 추구를 위한 같은 목표 아래서 협력하다 보니 서로 소통할 수 밖에 없다. 회사를 나오게 되면 이제 그런 목표 자체가 없어지니 이제 필요없는 존재가 된다.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라 해도 이상하게 회사를 나오게 되는 순간 연락이 뜸해진다.
유튜브에서 퇴사 후 인간관계에 대한 영상 몇 개를 보았다. 하나같이 퇴사하고 나서 인간관계가 거의 끊겼다고 말한다. 한 대기업의 임원으로 재직하다가 희망퇴직으로 퇴사하게 된 50대 사람은 부사수가 임원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많이 썼는데, 퇴사 후 그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매몰차게 거절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부사수 입장에서 이제 사수가 별 쓸모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예의는 차려야 하는데, 그렇지 하지 못한 태도를 탓하고 싶다.
왜 이렇게 퇴사하고 나면 인간관계가 단절될까? 그 이유를 3가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아진다. 회사를 나오게 되면 자신감이 없어지고, 자존감도 낮아진다. 이런 분위기에서 기존 직장 사람을 만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 그전까지 직급과 소속이 있어 “팀장님”, “부장님” 등으로 같이 소통했지만, 퇴사 후 소속감 자체가 없어지다 보니 기분이 우울해진다. 자신감과 자존심 감소는 사람과의 소통을 어렵게 한다. 자꾸 위축된다.
둘째, 정체성과 역할의 변화가 원인이다. 현대 사회에서 직장은 개인의 정체성과 역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 회사에서 일하는 내 모습을 투영해서 관계를 맺고 소통하지만, 이제는 소속감도 없다 보니 퇴사 이후 내 정체성과 역할에 혼란이 올 수 있다. 회사에 남아있는 기존 직원도 이제 역할이 없어진 사람에게 다시 연락할 일은 거의 없다.
셋째. 일상 패턴이 달라진다. 퇴사하고 나면 출퇴근 해야 할 장소가 없다. 회사에 남아 있는 기존 직원과의 접촉 빈도가 낮아진다. 시간과 공간이 달라지고, 볼 일이 없다 보니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더 많은 이유가 있지만, 이 3가지가 아마도 퇴사 이후에 인간관계가 단절되는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회사 안에 있을 때 아무리 친하게 지내더라도 결국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 회사를 나오게 되더라도 관계가 오래 유지 되기 어렵다. 시간이 지나서 앙금이 없어졌을 때 편하게 볼 수 있을지 몰라도 퇴사 이후 인간관계는 냉정하다.
결국 어느 상황이 되었든 인간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관계에 너무 의존하다 보면 예전의 나처럼 큰 상처만 남아 다시 사람을 만나는 것이 힘들어진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퇴사하고 나서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힘들어 하고 있지 않는가? 부디 그 감정도 흘려보내고 끊어내자. 다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행복한 관계를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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