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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Dec 25. 2023

자신만의 본래 모습을 잃지 말길

“형, 나 어떻게 해야 해요? 같이 그만두어야 하는 건가요?”     


12년 전 겨울 그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 월급이 50%만 지급되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여파로 건설 경기가 상당히 좋지 않았다. 월급이 겨우 나오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그만두기 시작하더니 두 개의 팀만 남게 되었다. 그중 한 개의 팀을 관리하는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다. 다른 회사 합사 프로젝트로 인해 나가야 할 상황이 생겨서 나가게 되었다.      


그러다가 월급이 50%만 지급되자 원래 본사에 남아있던 팀장과 대리가 회사를 나간다고 선포했다. 이런 상황에서 못 다니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도 전화해서 행동을 같이 하자고 설득했다. 어떻게 월급 반만 받고 회사를 다닐 수 있냐고 하면서. 나는 반대했다. 아무런 계획도 세우지 않고 나가고 싶지 않았다.  

    

특히 그 팀장이 이야기하는 논리를 따를 수 없었다. 문제는 그 팀장, 대리와 같이 일했던 사원 후배였다. 갑자기 위에서 다 그만두자고 설득하니 이 후배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계속 고민하다가 밤에 내 집 근처로 찾아왔다. 집 앞에 있는 술집으로 데려가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술 한 잔 부딪히면서 그에게 한 마디만 했다.      


“너의 인생이 중요해. 다른 사람이 뭐라고 말하는 것은 다 듣지 않아도 돼. 너의 본래 모습만 잃지 말고 행동하면 된다.”     


그 말을 듣고 후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옆 팀장과 대리만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후배는 남았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다른 회사의 중역으로 잘 지내고 있다. 지금도 가끔 통화하게 되면 자신의 본래 모습만 잃지 말라는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같이 웃는다.      

지난 11월 다니던 회사를 여러 상황으로 인하여 나오게 되었다. 자발적으로 나온 게 아니다 보니 받아들이는 것이 처음 에는 쉽지 않았다. 또다시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지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계속 정처 없이 떠돌다가 어느 잘 정착했다고 생각했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그런 생각만 들었다. 주눅이 들었다. 아무런 용기가 나지 않았다. 자꾸 숨고만 싶었다.      


답답한 마음에 몇몇 지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너무 속상하다고. 일도 열심히 했고, 타인에게 피해를 입힌 것도 없는데 왜 내가 회사를 나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자꾸 동굴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고. 그 말을 듣는 지인이나 친구는 같이 위로해 주면서 더 잘 될 기회라고 이야기했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너의 본래 모습까지는 잃지 말라고 격려했다.      


나의 본래 모습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했다. 지금까지 무슨 일이 생겨도 처음에는 힘들어했지만, 결국에는 어떻게 해결책을 찾아 일어나는 모습, 대단하지 않지만 타인을 배려하고 잘 챙기는 내 모습도 떠올랐다. 그런 모습을 생각하지 못하고 자꾸 나 자신을 못살게 굴었다. 힘든 상황이 생기자 본래 내 모습까지 잊어버리고 있었다. 지인들의 충고에 정신을 차렸다.     

 

결국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매듭은 내가 스스로 풀어내야 했다. 지금까지도 문제가 생기면 잘 헤치면서 극복했던 그런 본래의 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더 이상 얼굴을 찌푸리는 것이 아니라,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전환했다. 내 모습만 잃지 않는다면 언제 어디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 후배도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그만두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근사하게 살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김종원 작가님이 얼마 전 SNS에 쓴 글을 보고 크게 공감했다. 내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는 것만이 내가 선택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는 것을. 작가님이 쓴 글을 한 번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살다보면 멘탈이 흔들리거나 중심을 잡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당신에게 어떤 최악의 일이 생겼다고 할지라도, 그 사실에 마음 쓰지 말라. 또한 누구도 당신의 내일을 짐작할 수 없으며, 인생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이 말을 기억하자. 나는 결국 잘 된다.”     


최악의 일까지 아니지만 잠시 멘탈이 흔들리고 중심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내 본래의 모습을 잃지 않고 끝까지 견디고 인생을 살아간다면 결국 다시 좋아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인생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자신의 모습까지 버리지 말자. 나란 존재는 어디서든 빛날 것이라고 여긴다면 아무도 당신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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