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상열 Jan 07. 2024

작가로 산다는 것은

글을 쓴 지도 벌써 9년이 넘었다. 나보다 훨씬 오래 쓴 작가도 많지만, 벌써 9년이나 지났다니 신기하다. 사실 끈기도 부족하고 참을성도 없는 사람이다. 이 두 가지가 부족하다 보니 직장도 많이 옮겨 다녔다. 뭔가 의욕에 앞서 시작한 일도 한두 번 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포기했다. 당연히 어떤 일을 끝까지 해보거나 성과를 이룬 것이 많이 없었다.     


그러나 글쓰기는 나에게 달랐다. 쓰면 쓸수록 재미있었다. 블로그에 포스팅한 내 글을 읽고,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신기했다. 댓글도 달아주고, 좀 더 이렇게 썼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조언도 듣다 보니 계속 쓰고 싶어졌다. 끈기와 인내가 부족한 내가 처음으로 작가를 꿈꾸게 되었다.      


그 당시 작가라는 의미는 나에게 책을 출간하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렇다 보니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어떻게든 내야 작가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어떻게 해야 작가가 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보았다. 막상 글은 쓰고 있지만, 책을 출간하는 일은 또다른 차원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 쓰기 관련 책도 몇 권 없었다. 그 책이라도 구입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책 쓰기 강의 정보도 있어서 같이 신청해서 듣게 되었다.      


책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주제로 쓸지 먼저 찾아야 한다. 그 주제로 어떤 독자층에게 어필 할 수 있을지 같이 찾아본다. 주제와 타겟층 선정 후 목차를 작성한다. 이 세 가지만 완성되어도 책을 쓰는 과정의 50%는 끝났다고 보면 된다. 다음에는 그 목차에 맞추어 초고를 쓴다. 초고 완성이 되면 몇 번의 퇴고를 거친다. 퇴고가 끝나면 이 세상에 책으로 된 형태로 태어나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초고 쓰는 작업이 가장 오래 걸리고 힘들다. 최소 35~40꼭지 분량을 완성해야 한다. 주제와 목차를 정하기도 어렵지만, 초고 쓰기는 장기간 레이스이기 때문에 중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작가가 되겠다고 선언했지만, 글을 쓰지 않으니 작가가 되지 못한 것이다.      

나도 그랬다. 지금까지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하고 등록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초고 쓰기였다. 직장을 다니면서 내가 목표한 시간 내 써야 하다 보니 시간이 배로 걸렸다. 그래도 원하는 목표가 있었기에 계속 참고 견디면서 원고를 작성했다. 끈기와 인내가 부족했던 약점을 이 시기에 조금씩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초고를 쓰다 보면 어떤 꼭지는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술술 써지는데, 다른 꼭지는 몇 시간 아니 며칠 동안 한 줄도 못 쓰기도 했다. 컨디션에 따라 녹초가 되거나 아프면 쓰고 싶은 생각이 아예 들지 않는 날도 있었다. 사람에게 상처받거나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으면 기분이 좋지 않아 거르자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가 혼자 쓰는 개인 저서도 항상 초고 마감 날짜를 정해놓았다. 같이 쓰는 공저의 경우는 미리 일정이 짜여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분이 좋지 않아도 감정이 상했어도 별개로 계속 글을 어떻게든 썼다. 그렇게 하다 보니 출간까지 갈 수 있었다.      


작가로 살고 싶은 사람이 많다. 친구나 지인에게 ‘작가님’이란 호칭을 들으면 참 기분이 묘하다. 아니 듣기 좋은 호칭이다. 하지만 글을 쓰지 않으면서 작가님이라고 불리우면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한가? 작가로 산다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일정한 양의 글을 쓰는 사람이다. 도저히 쓰고 싶지 않는 기분이 들 때도 한 줄이라도 더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바로 진짜 작가라고 말하고 싶다. 작가라는 명사보다 글을 쓴다는 동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작가로 살고 싶은 꿈이 있다. 9년 넘게 글을 썼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그래도 작가로 계속 살기 위해 오늘도 한 편의 글을 쓴다.      


#작가로산다는것은 #작가 #쓰는사람 #글쓰기 #닥치고글쓰기 #인생 #라이팅 #인문학 #마흔이처음이라 #당신만지치지않으면됩니다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 #황상열작가


매거진의 이전글 좀 더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비법 1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