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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an 13. 2024

새해에는 명사보다 동사의 삶에 집중하자

새로운 회사에 출근해서 정신없이 지내고 있는 어느 날이다. 오전 회의가 끝나고 휴대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몇 통 와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은 오랫동안 같은 계통에서 일을 하는 후배다. 점심 식사 후 그 후배에게 전화했다. 반가운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린다.      


“형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어떻게 지내세요?”

“그냥 뭐 그렇게 지내. 너도 새해 복 많아 받아.”     


간단하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정리해서 이야기했다. 놀란 후배는 괜찮냐고 하면서 물어본다. 두렵지만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는 중이라고 대답했다. 후배의 근황을 물으니 그도 뭔가 일이 있었다. 지금까지 하던 사업이 잘되지 않아서 접고, 새로운 길을 모색중이라고 했다. 글을 쓰고 강의도 조금씩 하는 내가 생각나서 조언도 구할 겸 연락했다고 솔직하게 물어본다.   

   

“왜 작가와 강사가 되고 싶은 거야?”

“요새 콘텐츠만 잘 만들어도 돈을 번다는 세상이란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해왔던 내 일도 콘텐츠로 만들어서 글을 쓰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요. 형이 한 번 조언 좀 해주세요.”

“응. 우선 작가가 되고 싶으면 글을 먼저 써야겠지? 강사가 되고 싶다면 자신의 콘텐츠를 정리해서 강의안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네. 형님 감사해요. 그런데 콘텐츠만 내가 만들고 나머지는 누군가가 대신 써주고 강의를 해줄 수 있죠?”   

  

말문이 막혔다. 자신은 콘텐츠만 기획하고 정작 해야 할 일은 타인에게 맡긴다고 한다. 후배의 생각에 뭐라 할 수 없었지만, 이런 말은 해줘야 할 것 같아 한마디 했다.      


“작가와 강사는 명사로 되어 있어. 다들 명사로 살고 싶은 삶을 꿈꾸지만, 왜 모두가 작가와 강사가 되지 못할까? 바로 명사가 되기 위해서는 동사로써의 삶을 먼저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이유라고 생각해.”

“무슨 말이에요? 형님. 어렵게 말씀하지 마시고 쉽게 설명해 주세요.”

“작가가 되고 싶다면 글을 직접 쓰는 행위를 해야 하고, 강사가 되고 싶다면 직접 강의안을 작성하고 강의해보라는 뜻이야. 글을 쓰고 강의를 직접 하는 동사로의 삶을 살라는 거야.”

“아, 근데 그게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잖아요. 그냥 콘텐츠만 제가 직접 만들고 나머지는 대행업체에 알아봐야겠어요. 형님 감사해요.”     

후배는 내 이야기를 다 들어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내가 좀 세게 조언했나 싶었다. 미안함은 없었지만, 너무 세게 말하지 않았나 싶었다. 그렇다고 나도 동사의 삶을 계속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예전보단 확실하게 동사로 살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 만 해도 되고 싶은 명사만 많이 가지고 있었다. 영어 회화도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살을 빼서 소위 말하는 몸짱이 되길 원했다. 그러나 매번 직장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당연히 행동하지 않다 보니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영어 회화는 여전히 기초 수준이다. 뱃살은 이미 만삭이다.     

생각에만 머무르다 보니 계속 미루게 되었다. 결단이 필요했다. 아침 일찍 전화영어를 신청하여 10분 정도 원어민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퇴근 후 출근 전 헬스장에 30분 정도라도 매일 운동했다. 외국어 전문가나 몸짱이 되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동사의 삶을 실행했다.      


작은 성과가 조금씩 보이니 내친김에 작가로의 꿈도 밀어붙였다. 매일 조금씩 쓰다 보니 진짜 작가가 되었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매일 쓰거나 또는 일주일에 3회 정도 글을 써야 한다. “강사”가 되고 싶다면 현재 트렌드에 맞는 시장을 찾아보고, 공부하면서 계속 강의(안)을 만들어야 한다. 투자가가 되고 싶다면 당장 매물 공부라도 하면서 어디가 좋은 투자처인지 공부한다.    

  

여전히 명사로 살고 싶다면 생각하면서 편하게 지금처럼 살면 된다. 명사가 아닌 동사의 삶을 살기 시작해야 변화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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