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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Feb 09. 2024

평범하게 산다는 의미

몇 달 전 어느 모임에 참석했다. 오랜만에 참석하다 보니 반가운 얼굴이 많았다. 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지인이 한숨을 쉬면서 나에게 물었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저는 요새 평범하게 못사는 것 같아서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신 건가요? 아니면 원래 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는지 궁금하네요.”

“사실 며칠 전부터 고민이 많았거든요. 평범한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작년까지 잘 진행되던 여러 곳의 강의가 올해부터 줄어들더니 한곳 빼고 다 다른 강사로 대체한다고 연락이 왔네요. 안 그래도 겨우 입에 풀칠하면서 살았는데, 이젠 더 힘들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다 잘 되실 거에요. 일이 잘될 때도 있고, 안 풀리는 경우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냥 좀 우울하네요. 이젠 평범하게 사는 것도 저에겐 사치가 될 듯 보이네요.”

“평범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보기엔 강사님은 이미 평범하게 잘 사는 것 같은데 너무 걱정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별꼴이야 진짜!”     


갑자기 그녀는 화를 내더니 다른 자리로 가버렸다. 갑작스러운 반응에 좀 당황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평범하다’이란 단어의 의미가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 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범하다’의 의미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 라고 나온다. 결국 누구보다 뛰어나거나 차별화되는 점이 없이 비슷하다는 의미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평범하게 산다는 의미는 오히려 좀 더 상향된 느낌이 있다. 그저 먹고 사는 문제는 기본으로 해결해야 한다. 남들처럼 멋진 집과 차도 있어야 한다. 1년에 한 번 정도 해외여행은 가야 한다. 결혼하고 부부가 최소 합쳐서 연봉 1억 이상 벌어야 한다.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사회 기준이 이 정도는 되어야 평범하게 산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결혼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품위 유지는 되어야 평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위에 언급한 조건에 미치지 못하면 평범하지 못한 삶으로 치부된다. 12년 전 다니던 네 번째 회사의 해고와 작년 연말 7번째 직장의 희망퇴직 등으로 인한 실직도 나에게는 또 평범한 삶을 누릴 수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자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아마 위에서 나에게 푸념하던 강사도 지금까지 당연하게 해왔던 강의가 끊어질 위기가 생기자 더 이상 평범한 삶이 어렵다고 느낀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보다 잘 살지 못하는 다른 나라를 보면 아마 그들이 생각하는 평범한 인생의 기준은 다를 것이다. 그들이 아마 우리를 보면 정말 잘 사는 것처럼 보면서 부러워할지 모르겠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하지만 평범한 이상 아니 특별한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이 항상 내재 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매일 아무런 일없이 반복되는 일상이 평범한 인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야 얻을 수 있는 결과가 아닐까 싶다.      


평범하게 살고 싶은 사람의 이면에는 남들이 하는 것은 모두 다 나도 누려야 한다는 전제가 늘 깔려 있다. 그것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자 우울해진다. 타인과 비교하기 시작한다. 곧 자신은 평범한 것을 떠나 이제 하층민으로 전락하지 않을지. 사실 나도 그런 기준으로 따지면 평범한 삶을 영위하고 있지 못하다. 한 달 벌어 겨우 가족을 먹여 살리는 정도이다.      


나를 포함해서 많은 현대인이 평범하게 살고 싶지만, 특별하게 살아야 한다는 모순적인 삶을 살고 있다. 과연 평범하게 산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평범한 삶은 지금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굳이 타인과 비교해서 왜 나는 저렇게 살지 못할까 하는 생각이 시작되면 이미 평범한 삶을 산다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어떤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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