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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흔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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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황상열 Feb 21. 2024

요새 느끼는 성공의 의미

“성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몇 달 전 모임에서 한 지인이 나에게 물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 잠시 시간을 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30초 정도 생각한 후 그에게 질문했다.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요? 딱 하나로 정하기가 애매하네요. 00씨는 성공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제 기준에서 돈 많이 벌어 유유자적하게 여행 다니고, 맛있는 음식만 먹을 수 있다면 성공이네요. 하하하.”

“멋진 생각이네요. 제가 생각하는 성공도 별반 다르지 않네요. 예전에는 돈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가족이 생기니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런데 그것이 쉽지 않네요. 요새 기준으로 부자가 되는 것이 제 기준에서 성공이라고 느껴요.”

그 모임에서 잠시 생각하고 웃고 떠들면서 성공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과연 성공의 의미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사전을 찾아보니 “스스로 목표로 한 일을 성취하거나 수많은 사람이 열망하는 목표를 이루어 놓은 상태” 라고 나온다. 즉, 쉽게 이야기해서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면 성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30대 초반에는 꼭 결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그 시기에 이것이 목표가 된다. 20대 후반 대학 졸업 전 취업을 하고 싶었다면 이것도 이루고 싶은 목표가 될 수 있다. 확실한 목표가 생긴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계획을 실행한다. 확고한 의지가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행히도 이 목표를 이루었다. 성공한 것이다. 바로 내 과거 이야기다. 27살 대학 졸업하기 한 달 전 작은 설계회사 취업에 성공했다. 32살 가을 지금 아내와 결혼하게 되었다. 이때만 해도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성공할 수 있겠다고 여겼다. 이제 나에게 남은 성공은 바로 회사에서 빠른 승진과 함께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일이다. 마지막 성공을 누리고 남은 인생은 편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니 벌써 천국에 가 있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착각이었다. 무엇이든 마음먹고 목표를 설정한다고 해서 다 이루어지지 않았다. 너무 인생을 안일하게 여긴 탓일까? 아무리 노력해도 다 성공하는 것 아니었다. 빠른 승진과 경제적 자유는 언감생심이었다. 월급이 밀리는 외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나약한 마음과 끈기가 없어서 힘들면 그만두고 이직했다.

그렇게 많이 회사를 옮겨 다니다 보니 점점 내가 생각했던 성공에서 멀어져갔다. 결국 성공이 아니라 오히려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 원인은 나에게 있었다. 그냥 좀 하다가 맞지 않으면 바로 도망갈 궁리부터 했기 때문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모질고 힘든 과정을 버텨야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또 하나는 내가 너무 높은 목표를 설정해 놓고, 현실에서 그것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크게 하지 않다 보니 갭이 생겼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평행선을 달리다 보니 당연히 성공은 저 멀리 너머에 있다.

나이가 들면서 느끼는 성공의 의미가 많이 달라졌다. 나에 대해 제대로 보게 되었다. 꿈만 컸지 거기에 상응하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조금 하다가 되지 않으면 빨리 포기했다. 문제가 생기면 회피했다. 그런 내가 무슨 거창한 성공을 꿈꾸고 있었다니 모순이다. 마흔 후반으로 가는 나이에 느끼는 성공의 의미는 밥 세 끼 정도 먹을 수 있는 적당한 돈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여건, 가족의 행복 등이 있다. 그중에서 많은 사람에게 읽고 쓰는 삶을 전파하여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쓰게 만드는 일이 나에게는 가장 큰 성공이다.

여전히 내가 이루고 싶은 성공의 이상과 그러지 못하고 있는 현실 사이에서 헤매는 중이다. 그러나 일 마치고 돌아오는 퇴근길 지하철역에서 발견한 이 글귀를 보고 위로받았다. 내가요새 생각하는 성공의 의미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바로 랄프 왈도 에머슨의 ‘성공이란 무엇인가?’ 라는 제목의 시다.

“많이 그리고 자주 웃는 것...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떠나는 것.

당신이 살아 있었기 때문에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조금 더 쉽게 숨 쉴 수 있었음을 아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아무리 현실이 힘들고 누가 뭐라해도 자주 웃고, 내가 쓴 글로 인해 누군가가 좀 더 위로받고 도움받았다면 그 자체만으로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으니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혹시 성공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