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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Mar 01. 2024

단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혹시 돈 좀 빌려줄 수 있어? 요새 코로나로 인해 돈이 좀 부족해서.”

“오랜만이야. 얼마나 필요한데?”

“100만 원 정도.”

“미안. 나도 결혼하고 사정이 안 좋아서.”     


몇 년 전 오랜만에 한동안 보지 못했던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결혼 전에 자주 보던 친구였지만, 그가 지방으로 떠나고 나서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간간이 다른 친구 통해서 식당을 개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리도 할 줄 알고, 사업수완도 좋아 잘 운영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출장길에 우연히 한 번 들러서 친구가 해주는 밥을 먹고 같이 웃었던 기억도 난다. 그러다가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손님이 줄어들자 사업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던 찰나에 연락이 온 것이다. 그 시기에 다들 어렵다 보니 돈을 선뜻 빌려주는 것이 힘들었다. 여러 친구에게 연락했지만, 돈을 빌려준 사람은 없었나 보다.      


며칠 후 끔찍한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가 저수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것이다. 너무나 깜짝 놀랐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런 선택을 했을까? 자세히 알아보니 사채를 썼다. 급전이 필요한데, 은행에서도 대출이 막히니 급한 대로 사채업자에게까지 손을 벌린 것이었다. 사채는 불법이다. 이자율이 너무 높아 절대로 원금을 제시간에 갚을 수 없다.      


100만 원을 빌렸는데, 이자가 수억 원으로 늘어나니 당연히 갚을 수 없는 구조다. 바쁜 시간을 쪼개 그의 장례식장을 찾았다. 살아 있을 때 그를 위로했어야 했는데, 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찾았다는 자괴감과 슬픔이 함께 찾아왔다.     


이렇게 사채를 쓰다가 인생이 무너지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불안한 경제 상황으로 인해 특히 자영업자의 고통이 상당히 크다. 잘못된 사채 사용으로 인하여 매일 사채업자에게 협박에 시달린다. 그 가족에게까지 연락해서 못살게 군다. 사람을 살 수 없게 만든다. 이자를 갚지 않으면 신체까지 포기하라는 각서를 쓰게 만든다. 이런 사채로 인한 피해자는 결국 견디다 못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게 된다.      

이런 사채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민생연대’라는 곳이 나섰다.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송태경 씨는 16년 동안 자신의 기본적인 생계도 챙기지 않고, 오로지 피해자가 그 지옥에서 탈출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마지막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에서 찾아온 사채 피해자의 심정을 잘 알다 보니 성심성의껏 상담한다. 그의 상담으로 더 이상 사채업자에게 시달리지 않게 된 사람이 수천명이다. 진짜 의인이라 할 만하다. 고통받거나 힘든 타인의 인생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기 때문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민간연대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이 끝나자마자 일주일도 되지 않아 온 나라에서 후원금을 보내주었다고 한다. 당연한 소식이다. 나도 조금이지만 보태려고 한다. 송태경씨 같은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어벤져스가 아닐까? 단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그것만큼 이 세상에서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미약하지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인생이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감정과 경험을 글로 옮기는 일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4년 넘게 나로 인해 글을 써서 작품을 출간한 사람도 수십 명이 넘는다. 앞으로도 단 한 사람이라도 글을 쓰는 인생으로 바꾸어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여전히 직장생활을 하면서 타인을 돕고 있지만, 앞으로 50살 이후로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옮길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한 번 타인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자신만의 경험과 지식이 있는지 찾아보자. 어떤 것이라도 좋다. 송태경씨처럼 절박한 인생을 벗어나게 해줄 수 있다. 나처럼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쓰면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당신만이 가지고 있는 근사한 지식과 경험이 지금 힘든 사람 한 명을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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