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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Mar 13. 2024

생각을 바꾸는 일이 가장 어렵다

2012년 초 30대 중반 인생의 가장 힘든 시기를 겪었다. 다니던 네 번째 회사에서 예기치 않은 해고를 당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사로잡혀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멍하니 누워서 한숨만 쉬는 날이 많아졌다. 스트레스가 가득했다.     

 

그렇게 몇 달 동안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인생의 시간을 낭비한 것이다. 아직 살날이 많이 남았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인생을 다 산 사람처럼 매일 한숨과 신세 한탄만 했다. 죽고 싶은 생각도 했다. 하지만 무책임한 가장이 되고 싶지 않았다. 아내와 자식이 있었기에 어떻게든 살 방법을 찾아야 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독서하면서 느낀 점은 그 책을 쓴 저자가 실패한 경험에 비하면 그 당시 내가 처했던 현실은 조족지혈이었다. 사업에 실패하여 억대 빚을 지었지만 어떻게든 일을 해서 버티고 버텨서 모든 돈을 갚고 다시 일어선 저자, 사고로 온몸에 화상을 입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세상에 당당하게 나와 자신만의 길을 가는 저자 등 다양했다. 역경을 극복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뭔가 나도 할 수 있는 자신감이 들었다.      


계속 고민과 걱정만 할 수 없기에 생각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매일 책을 읽고 그 느낌을 독서노트에 적거나 블로그에 내 생각을 포스팅했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서 매일 부정적인 내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지내면서 작가의 꿈을 키웠다. 내 인생 처음으로 절실하게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지치지 않았다. 잘 쓰지 못하는 글이지만 쓰는 시간만큼은 즐겁고 행복했다.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가 9년이 넘었다. 내년이면 10년이 된다. 직장 생활도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올해 20년차다. 글쓰기도 내 직장생활 반만큼 이어오고 있다. 글쓰기 덕분에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작년 11월 약 8년 정도 다니던 회사에서 비자발적으로 퇴직하게 되었다. 희망퇴직을 당한 것이다. 또 한 번의 갑작스러운 소식에 눈앞이 캄캄했다. 생계에 문제가 생기게 되자 다시 부정적인 생각이 온 머리를 감쌌다. 불안감과 두려움이 다시 몰려왔다.      


다시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9년 넘게 독서와 글쓰기로 내 생각과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한 번에 무너졌다. 다시 예전의 예민하고 부정적인 나로 돌아갔다. ‘다시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이젠 다시 한 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 힘든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왜 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있을까?’ 라는 생각에 파고 들었다. 세상에 내가 또 가장 불행한 사람처럼 굴었다. 다시 한번 생각을 바꾸겠다고 다짐했지만, 실패했다.      


여러 심리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어떤 책에서 이런 구절이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생각을 바꾸는 것입니다. 특히 걱정을 긍정적 생각으로 바꾸는 것은 과장이 아니라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쉽게 말합니다. 걱정 좀 그만해, 비관적으로만 생각하지 말라구요. 하지만 말처럼 쉽게 되지 않습니다.”     


이 구절을 읽고 나서 이해가 되었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 현실에서 쉽지 않다는 사실을. 친구나 지인이 고민이 있다면 생각과 마음을 바꾸어 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나 자신이 힘들 때는 그렇지 못했다. 우리의 뇌는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보호하고 회피하려는 본능이 크다 보니 생각과 마음을 다시 고쳐보려 해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결국 답은 하나였다. 생각을 바꿀 수 없다면 그 고민과 걱정을 안고 가야 한다. 다만 너무 끌어안지 말고, 가볍게 생각하는 습관을 장착하는 것이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고민이라면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내가 신경 쓸 수 없는 걱정거리는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당장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 생각을 바꾸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계속 한숨만 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예전의 부정적인 사람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당장 해결할 수 없다면 걱정, 고민과 동행하면서 더 나은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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