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 있다. 글쓰기 책도 읽고, 강의도 듣고 나니 어떤 글도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노트북을 켜고, 한글창을 연 후 바로 자판을 치기 시작한다. 세 줄 정도 쓰다가 잠시 멈춘다. 한참 동안 모니터를 쳐다보다가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이렇게 혼자 중얼거린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내가 제대로 쓰고 있나? 이렇게 쓰고 있는 것이 맞는 건가?”
“분명히 책과 강의에서 배운 내용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닌가? 에라 모르겠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을 만난다. 바로 ‘에라 모르겠다.’ 라는 표현이다. 고민하다가 이 지점까지 왔다면 두 가지 선택사항이 생긴다. 멈추던가? 계속 쓰던가? 둘 중 하나다. 하나 더 있다면 잠시 멈추었다가 내일 다시 쓰던가? 어쨌든 많은 사람이 전자를 선택한다. 멈추고 지운다. 다시 써야겠다고 마음 먹기 때문이다.
하지만 쓰다 지우다 반복하다 보면 계속 악순환에 빠진다. 제대로 쓰지 못하고 지치게 된다. 나도 처음 글을 쓸 때 그랬다. 이런 행위가 한두 번 정도는 괜찮지만, 계속 반복되면 결국 글쓰기를 포기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3줄 이상 쓰지도 못하는데, 무슨 내가 글을 쓰겠다고 자책한다.
우리가 이렇게 처음 쓰는 원고를 보통 ‘초고’라고 한다. 24시간 바쁘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은 하고 싶은 게 많다. 매일 한 편의 글을 연습하라고 하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키고 싶다.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이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 시간을 쪼개서 다 하려고 하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아무리 바빠도 글쓰기는 거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글쓰기가 수월해지기 위해서는 초고가 가진 의미를 바꾸어야 한다. 초고를 쓴다는 것은 주제를 찾고 자료를 수집하여 어떻게 써야 할지 기획한 것을 구성하는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초고가 쓰레기이다.’ 라고 외치고 있다. 헤밍웨이가 그랬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노라 에프턴도 “초고는 자유로운 시간을 펼치는 시간이다.”라고 했다. 왜 그런 소리를 했는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초고는 완벽한 글이 아니다. 한 번에 완벽하게 쓰려고 하다 보니 자꾸 초고의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자신이 생각한 아이디어와 찾은 자료를 바탕으로 개략적으로 분량을 채운다고 생각하면 된다. 창작의 자유로 자유롭게 풀어내면서 문장이 길어지거나 맞춤법, 띄어쓰기는 틀려도 상관없다. 초고를 잘 쓰기 위한 방법을 다시 소개한다.
첫째, 아무런 생각없이 자유롭게 쓴다. 기획 단계에서 어떻게 쓸지 구성 방식 정도만 생각한다. 처음부터 문장을 짧게 쓰고, 이 글에 어울리는 단어를 생각하지 말자.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그냥 닥치고 쓰자. 나도 글을 쓸 때는 생각나는 대로 우선 자판을 치면서 써 내려간다.
둘째, 자신이 쓸 수 있는 분량만큼 쓰자. 초고는 분량을 채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완벽하지 않은 원고라 하더라도 완성은 해야 한다. 그래야 몇 번의 퇴고를 거쳐 더 좋은 글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쓸 수 있는 분량만큼 어떤 일이 있더라도 채워야 한다.
셋째, 시간제한을 두고 써야 한다. 두 번째에서 언급한 분량을 채울 때 마감 시간을 정해놓고 꼭 써야 한다. 마감 시간을 정하지 않으면 분량을 채우는 일이 더 어렵다. 30분 또는 1시간 정도 타이머로 설정하고 그 시간 안에서 완벽하지 않더라도 쓰는 연습을 하면 좋다.
넷째, 완벽주의를 버리자. 초고 하나로 완벽한 글을 끝내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아이디어와 구성 위주로 초고를 쓰고 다시 한번 읽고 고친다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쓰자. 어색한 단어나 비문이 생기더라도 개의치 말고 끝까지 쓰는 자세가 제일 중요하다.
이 네 가지 방법을 다시 상기하면서 오늘 쓰고 있는 블로그 글이나 책쓰기 원고의 초안을 써보자. 아마 이전보다 초고를 쓰는 것이 좀 더 수월해질 것이다. 만화나 영화, 그림 등 예술 작품의 초안을 만드는 일은 비슷하다. 우선 초안을 만들고 그것을 다시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수없이 거친다. 그래야 더 근사한 작품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초고를 쓰고 있다면 멈추지 말고, 일단 분량을 채우자. 그리고 고치면 된다. 글쓰기로 고민했던 그대, 이제 마음이 편해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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