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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중년이라면 이제 글을 쓰자

by 황상열

지난 주말이다. 아침 일찍 온라인 독서 모임을 진행하고, 잠시 책을 읽고 글 한 편을 썼다.

아침 식사 후 교회 예배를 다녀왔다. 집에 와서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 30분이다. 하품이 쏟아진다. 예전과는 다르게 왜 이리 몸이 찌뿌둥한지 모르겠다.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침대에 바로 누웠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 눈을 뜨니 이미 2시가 지나고 있었다.


자고 일어났는데도 개운치 않다. 마흔 후반이 되니 마흔 초반과는 또 다르다. 회사 일을 마치고, 밤늦게까지 글을 써도 피곤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퇴근하고 집에만 와도 힘이 쭉 빠진다. 체력과 에너지 소진이 더 빠르다. 남아있는 총량이 많지 않다. 그래서 2023년 여름부터 주 3회 이상 헬스장에 가서 운동으로 체력을 키우는 중이다.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제 정말 중년이라 많이 느낀다. 인간관계에 미련도 없다. 가끔 외롭긴 하지만 혼자서도 잘 논다. 책 읽고 글 쓰면서 내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나서 시간을 보낸다. 그에 비해 삶에 대한 책임감이 커진다. 늙어가는 부모님을 보필해야 한다. 커가는 아이들도 뒷바라지해야 한다. 삶의 무게가 가장 무거운 시기가 바로 중년이다.

이럴 때 나 자신이 잘살고 있는지 방황하게 된다. 내가 무엇으로 살고 있는가? 삶의 목적이 무엇인가? 내가 원하는 방향에 잘 맞게 가고 있는가? 등 이런 질문이 많아진다. 잃어버린 나를 다시 찾고 싶은 나이가 중년이다. 또 지금까지 살면서 좋았던 추억, 아팠던 기억은 분명히 하나씩 가지고 있다. 생각이 많아지지만, 기억은 계속 흐려지는 나이가 중년이다.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다. 이런 순간을 잡아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글쓰기다.


살아온 날들이 많아질수록, 기억은 희미하고 감정은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순간을 글로 남겼다면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 오늘부터라도 당신이 중년이라면 모든 순간을 기록하라고 권하고 싶다.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이렇게 시작하면 좋다.


첫째, 매일 밤 자기 전 당신이 보낸 오늘 하루 일상에 대해 짧게 써본다. 당신이 만난 사람과의 대화. 아침에 마셨던 커피의 맛과 향이 어땠는지, 배우자를 위해 어떤 요리를 준비했는지 등 평범한 이야기를 적으면 된다. 거기에서 느낀 감정을 같이 추가해서 쓴다.


둘째,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특별한 당신의 이야기를 쓴다. 배우자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졌던 감정,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 돌아가신 부모님의 기억, 여행지에서의 추억 등이 그것이다. 종이를 펼쳐 놓고 생각나는 대로 적어보고 하나씩 골라 기록하면 된다.


셋째, 자신에게 편지를 쓴다. 예를 들어 10년 전, 20년 전 자신에게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 하지 말라고 쓰면서 과거를 돌아본다. 또는 10년 후, 20년 후 미래의 자신에게 쓴다. 여전히 즐겁게 글을 쓰라고 격려하는 내용으로 써도 좋다.


위 세 가지 방법으로 시작하면 된다. 완벽하게 쓸 필요 없다. 당신의 어떤 이야기도 글감이 될 수 있다. 거창한 글이 아니라도 괜찮다. 오늘 하루 마무리하며 오늘의 감정과 경험을 한 줄로 적어보자. 기뻤다면 왜 기뻤는지, 슬펐다면 무엇이 마음을 흔들었는지, 작은 기록이 쌓이면, 내 삶의 흔적이 된다.


중년 이후의 글쓰기는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오늘도 잘 버텨낸 중년의 나를 위해 한 줄을 적어보자. 그 한 줄이 쌓일수록 자신의 인생은 작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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