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사회생활 시작하고 나서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 2번 이상 만나던 죽마고우가 있다. 같은 학교 출신은 아니지만, 같은 동네에 살면서 각자 인생 문제와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허물없이 지내던 사이다. 친구지만, 자주 연락했다.
즐겁게 웃고 울면서 수다를 떨고, 아무렇지 않게 고민을 털어놓고, 어디가든 함께였던 친구다.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서서히 연락이 뜸해지고, '한번 시간날 때 만나자.'는 인사는 언제 만날지 모르는 약속 없는 인사가 되었다.
친구와의 대화창은 마지막 인사만 남긴 채 조용히 닫혀버렸다. 그것도 이제 5년이 넘어간다. 진짜 친구로 내가 여겼는지 미안할 뿐이다. 서로 바쁘다는 이유로. 결혼과 동시에 먹고 사는 문제가 먼저였다. 삶이 각자의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우리는 그렇게 멀어졌다.
가끔 출퇴근하거나 일을 하다가도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문득 떠올라 SNS에서 찾아본 예전 사진 한 장. 친한 친구끼리 남이섬에 놀러가 술 마시고 여행하던 그 시절의 추억 하나.
그럴 때면 메시지를 보내볼까 고민하지만 ‘지금 이 타이밍에 괜찮을까?’,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생각만 하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음이 없던 건 아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여전히 잘 지내길 바라고, 가끔은 함께 웃던 그날들이 그립기도 하다.
단지, 바쁘다는 이유로 서로의 안부를 미루고 또 미루다 보니 그 마음을 전할 타이밍을 놓쳐버렸을 뿐. 그 시절의 우리는 진심이었다. 함께 보낸 시간을 떠올리면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지금도 내 머릿속에 조금씩 희미하지만 남아 있다.
술집에서 서로를 위로해주던 말들, 노래방에서 원 없이 같이 어깨동무하고 노래한 시절, 아무 이유 없이 걸었던 밤길, 이유 없이도 즐거웠던 그날들. 지금은 멀어졌지만, 그 시절의 우리가 가짜였던 적은 없다. 그 시간만큼은 분명 진심이었다는 것,
그게 지금의 나를 조금 덜 외롭게 해준다. 너도 나처럼 생각할까 가끔은 궁금하다. 너도 나처럼 가끔 궁금해할까. 이름을 눌러보다 그냥 나와버린 적, 보내려다 지운 메시지, 우리 사이에 남아 있는 마지막 말. 만약 너도 같은 마음이라면, 우리, 너무 늦지 않게 한 번 쯤 다시 웃을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괜찮다면 사실 '바빠서'라는 말은 참 편리한 핑계였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연락할 수 있었고, 한 번쯤은 얼굴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그 노력을 조금씩 미뤄왔던 거다.
이제는 안다. 인연은 시간보다 마음의 거리에서 멀어진다는 걸. 그래서 용기 내어 이렇게 전하고 싶다. “그때 우리가 멀어진 건, 마음이 식어서가 아니라, 삶이 잠시 우리를 바쁘게 만든 거라고.”
언제든 다시, 반가운 얼굴로 언젠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면 어색한 인사보다, 반가운 미소로 인사를 건네고 싶다. 그 모든 시간을 지나왔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시절을 함께한 소중한 사람이니까.
바쁘다는 이유로 멀어졌던 인연들, 지금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따뜻하게 안부를 전해봅니다. “잘 지내지? 다들 보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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