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오전 10~11시쯤 손은 뒤로 결박되고 헬멧을 쓴 여자의 비명소리가 크게 들렸다. 뒤따라온 남자는 소리지르는 여자를 칼로 무참하게 살해하고 자리를 떴다. 신고받은 경찰에 의해 쫓기기 시작하자 남자도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끊었다. 두 사람 모두 이제 곧 30대 초중반의 젊은 남자와 여자였다. 연인 사이였던 그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가끔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시사프로그램을 즐겨본다. 이번 방영된 <그것이 알고싶다>는 5월 중순에 있었던 동탄 아파트 내 살인사건을 다뤘다. 피해자의 장례식 장면에서 억울하게 죽은 딸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울부짖는 유가족의 마음에 같이 마음이 움직였다.
피해자였던 여자는 쾌활하고 명랑한 사람이었다. 가족에게 싹싹하고 직장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이 시대의 평범한 젊은이다. 가해자와는 오랫동안 만난 연인 사이면서 동거했다. 잘 지내다가 4년 전부터 가해자에게 피해자를 때리기 시작하면서 관계는 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주도권을 쥐고, 여자를 지속적으로 때리고 괴롭혔다.
계속되는 폭력과 폭언에 참지 못해 몇 번 경찰에 신고했으나, 결국 가해자와 분리되지 못하고 끔찍하게 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각자의 입장이 있겠지만, 경찰의 뒤늦은 대응이 논란되자 경찰서장이 직접 사과까지 하게 되었다. 방송 보는 내내 주먹을 쥐고 있었다. 피해자가 참 가여웠다. 보통 데이트 폭력이라 하여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서 가끔 일어난다. 하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한쪽에서 몰아붙이는 건 범죄다. 어떻게 남자는 여자에게 그런 끔찍한 일을 했을까?
첫 번째, 권력의 비대칭이다. 데이트 초기는 남자가 여자에게 잘 보여야 해서 무엇이든 맞춘다. 그러다가 언젠가부터 여자가 자신의 말을 잘 듣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 주도권을 쥐게 된다. 남성이 물리적, 감정적 우위를 점하면서 여자를 지배한다. 무엇이든 지시하고 내 말만 들으라고 하는 것이다.
두 번째, 여자를 완벽하게 가스라이팅 했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네가 예민한 거야.”, “너 때문에 이 사단이 났어. 사과해.” 등의 말로 여성을 혼란스럽고 무력하게 만든다. 여성의 판단력을 흐리게 해서 더 이상 어떤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말을 듣지 않으면 계속 때리고 원산폭격 등의 가혹 행위를 지속했다. ‘
세 번째, 처벌과 보상의 반복으로 여자의 심리를 지배했다. 폭력과 폭언을 일삼고 사과한다. 다시 달콤한 보상을 주고 폭력을 자행한다. 이런 간헐적 방식은 결국 남자는 여자의 심리학적으로 중독을 유도했다.
네 번째, 무의식적으로 새겨진 사회적 통념이다. “사랑하니까 질투하는 거지.” 등의 말도 안 되는 변명으로 가해를 미화한다. 여자도 피해자가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말을 들어야 모든 게 안전하다는 사회적 통념이 반영될 수 있다.
결국 이런 것들이 원인이 되어 여자는 “네가 좀 맞춰주면 되는데.” 라고 가해자의 폭력을 자탓으로 왜곡한다. 또 남자가 “네 가족도 가만두지 않겠다.”, “널 죽이겠다.” 는 실제적으로 위협하자 주변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혼자 삭힐 수 밖에 없었다. 관계가 깊어지면 가족과 친구와의 연락을 잘 하지 않게 된다.
어떻게든 피해자를 가해자와 분리할 수 있었는데, 결국 비극적인 결말이 되었다. 참으로 안타깝다. 오랜만에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분노로 가득찼다. 딸 가진 부모 입장에서 이젠 사람을 잘 만나는 것도 복이라고 생각되었다. 어쩌다가 이런 세상이 되었는지. 연인을 학대하고 이젠 자신 말을 듣지 않으니 죽이고, 자신은 목숨까지 버리고. 그렇게 살라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인가?
부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아직 혼자라면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나자. 잘 생기고 돈 많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결국 그 사람의 인성을 봐야 오래도록 만날 수 있다. 명심하자!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폭력이다. 요새 표현으로 “하남자”라고 하는데, 제발 그렇게 살지 말자. 피해자의 명복을 같이 빈다.
#데이트폭력은그만 #폭력 #인생 #황무지라이팅스쿨 #닥치고책쓰기 #닥치고글쓰기 #마흔이처음이라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 #황상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