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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책이 친구가 되는 이유

by 황상열

“야, 축구 하러 가자!”

초등학교 시절 수업이 끝나면 공을 손에 들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1시간 정도 친구들과 뒹굴고 서로 골 넣겠다고 뛰어간다. 매일 친구와 뛰어놀고 공부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야, 도시락 이미 없지? 농구 하러 가자.”

이미 도시락은 2교시 지나서 다 먹었다. 뒤만 돌아서면 배가 고프다. 벌써 도시락은 친구들과 다 먹었다. 진짜 밥을 먹어야 할 점심시간에 바로 공을 들고 농구코트로 향한다. 점심시간 내내 그들과 농구 시합을 한다.


대학 시절,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매일 저녁 사람들과 함께했다. 친구, 동료, 선 후배 등과 술 한잔 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미쳐 살았다. 물론 일 목적으로 만나기도 했지만, 각종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렇게 학교나 직장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친구나 지인이 많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 관계는 줄어든다. 결혼 유무, 자산 유무, 생활 수준의 유무 등에 따라 많이 나뉜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는 점점 줄어든다. 몇 번의 실패로 나도 많은 사람과의 단절을 겪었다. 아예 연락이 끊긴 사람도 있고, 자연스럽게 멀어진 인연도 있다. 인생을 다시 살고 싶은 목적도 있었지만, 이제 마음 나눌 곳이 없어서 책을 친구 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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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무슨 일이 있어도 조용히 내 옆을 지켜준다. 책장을 여는 순간 아무 말 없이 위로하고, 가르치고, 함께 웃고 운다. 왜 나이가 들면서 책이 친구가 될까?

첫째,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할 어려운 고민도 책 한 구절에 해결이 되는 경우가 있다. 또 ‘나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었구나!’라는 안도감, 바로 그게 친구 같은 책의 힘이 된다. 둘째, 조건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책은 나를 평가하지 않는다. 아무런 조건 없이 나에게 삶에 대한 지혜와 감정을 알려주고 나누어준다.

셋째, 외로움 속에서 대화가 된다. 혼자 있는 시간에도 책을 펼치면 작가와 그 문장과 대화하는 기분이 든다. 조용한 오후 커피 한 잔과 함께 읽는 책 한 권은 따뜻한 대화 상대가 되어준다. 넷째,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이들의 지식과 지혜가 담긴 책은 인생 후반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침반이 되어준다. 다섯째, 책은 늙지 않고 늘 새롭게 다가온다. 오래된 책이라도 지금 다시 읽으면 새로운 깨달음을 준다. 매년 새로운 모습으로 내 앞에 서주는 친구가 바로 책이다. 그럼 책과 좀더 친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하루 30분 내외 책과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자. 요새 나도 스마트폰으로 쇼츠나 영상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딱 30분 정도만 내어 책을 펼쳐서 대화하는 습관을 가져보면 좋다.


둘째, 중년에 맞는 책을 고르자. 젊은 사람의 이야기 보다 지금 나이 든 내 고민과 닮은 책을 친구 삼으면 좋다. 인문학, 에세이 등을 추천한다. 그들의 이야기에 아마 많이 공감하고,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다.


셋째, 공감가거나 감명 깊은 문장은 밑줄을 긋자. 내 마음에 닿는 문장이 다시 친구가 되어 어느 시점에 나를 위로해준다. 넷째, 읽고 난 후 책에 대한 감상을 때때로 쓰자. 짧게라도 한 줄, 두 줄. 이 기록은 마치 친구와 나눈 편지처럼 남는다. 마지막으로 책을 선물하고, 함께 읽는 사람과 친구가 되자. 책도 친구지만, 책 읽는 누군가와 친구가 되면 그 관계도 더 깊어질 수 있다.


나도 가끔 사람이 그리울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연락하거나 교류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또 상처주고 받는 것이 싫다. 예전 같으면 힘들 때마다 친구를 불러내어 이야기하면서 내 마음을 덜어냈지만, 지금은 사람보다 책이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많다. 말없이 건네는 위로, 삶의 지혜, 그리고 생각하면서 하게 하는 느린 대화. 책은 당신이 평생 동안 배신하지 않고 곁에 둘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친구다.


매일 쓰는 사람이 진짜 작가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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