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나를 살린 게 아니라, 나를 드러낸 것이다

by 황상열

2022년 말부터 2023년 초까지 “힐링 글쓰기” 과정을 몇 달 동안 운영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가 바로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2012년 초 다니던 네 번째 회사에서 갑작스러운 해고 당했습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며칠 동안 집 안에만 갇혀 지냈습니다. 사람이 없는 오후에만 잠시 동네 공원에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습니다. 밤에도 집 밖에 거리를 배회했습니다.


회사 다닐 때 잘 지냈던 사람들과 연락이 모두 끊겼습니다. 나란 사람이 아니라 당시 다니던 회사의 이름과 직급을 보고 만났던 것입니다. 나름대로 그들이 힘들 때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었는데, 정작 제가 힘들 때는 모두 외면했습니다. 제 감정을 어딘가에 쏟아야 하는데, 만날 사람이 없으니 답답했습니다. 제 성격이 타인에게 뭔가 이야기하면서 푸는 스타일이라 내 안에는 많은 화가 쌓였습니다. 어느 날 제 감정이 꽉 찼다고 생각하는 순간, 노트북을 켰습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모니터에 쏟아냈습니다. 미친 듯이 자판을 두드렸습니다. 뭐가 그리 쓰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30분 내내 한글창에 온통 내 마음 안에 잠들어 있던 문장이 나왔습니다. 쓰고 나니 마음이 좀 차분해졌습니다. 내 안에서 꾹꾹 담아놓은 감정이 해소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글쓰기를 자기 구원의 도구로 생각합니다. “글이 나를 살렸다.”, “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이런 말은 분명 진실이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다른 관점에서 이렇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사실 글은 나를 구해준 준 게 아니라, 내 안의 상처와 두려움, 희망과 욕망을 낱낱이 드러내게 만든 민낯이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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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책 쓰기>,<당신만지치지않으면됩니다>등 20권의 종이책, 40권의 전자책을 출간하고, 토지개발전문가/도시계획엔지니어 직장인으로 일하고 있는 작가, 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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