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업무차 강릉시청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긴 연휴 전날이다 보니 버스나 기차표가 많지 않았다. 자가용을 이용하려 했지만, 몸도 좋지 않고 운전하기도 싫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시청에서 회의가 오전 11시였는데, 가까운 기차역에서 강릉까지 가는 기차가 새벽 5시 30분 밖에 없어서 새벽 4시 기상을 오랜만에 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기차역 플랫폼에 일찍 도착했다. 기차 출발 시간까지 아직 20분이나 남았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두웠다. 해가 없는 저 먼 하늘을 잠시 응시했다. 플랫폼에 사람도 얼마 없었다. 바람도 적당히 차가웠다. 내 볼을 스치는 바람이 시원했다. 잠시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나날이 내 머릿속을 지나갔다.
요새 죽음에 대해 관심이 많다. 아직 마흔 후반 나이로 인간의 수명으로 따지면 살날이 한참 남았다. 하지만 주변에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젠 남의 일 같지 않다. 과연 나는 인생의 마지막 모습이 어떨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죽음에 대한 키워드로 된 책과 강연을 찾아봤다.
“메멘토 모리”라는 말을 좋아하게 되었다. 라틴어로 “죽음을 생각하고 기억하라!”는 뜻이다. 인간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는다. 그런데 2030 시절에는 내 죽음은 먼 훗날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 욕심부터 차리고, 끊임없이 잘된 타인과 나를 비교하면서 자신을 괴롭혔다.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는지 세상을 원망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도망치기 바빴다. 그렇게 살다 보니 어디 하나 정착하지 못했다. 당연히 내 인생이 근사하게 펼쳐진 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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