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있는 나날> - 가즈오 이시구로

by 황상열

1. 주말에 강의를 듣고 집으로 가려면 논현역으로 가야한다. 가는 길에 강남 교보문고를 오랜만에 들렀다. 아는 작가님들 책도 구경하고, 간만에 베스트셀러 도서가 무엇이 있는지 보다가 제목에 이끌려 구입하여 읽게 되었다. 평생을 집사로 충직하게 살다가 우연히 떠난 여행에서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2. 책을 읽으면서 뭔가 굉장하고 심오한 스토리가 기대되었지만, 역시 가즈오 작가님의 작품답게 투박하고 소소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 같았다. 주인공 스티븐슨은 6일간의 휴가를 받아서 예전에 사랑했던 여인 켄턴을 만나러 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켄턴과 매일 저녁 코코아 한잔 나누며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려 했지만 결국 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떠나고 만다. 사랑을 떠나보내고 지금까지 충직하게 집사의 의무를 다했던 스티븐슨은 주인이 나치와 관계 있다는 사실을 알고 또 충격에 빠진다.

3. 보통 사람 같았으면 지금까지 살아왔던 나날을 후회하고 우울증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티븐슨은 그렇게 배신감을 느껴도 자신이 지금까지 집사로 살아온 나날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감정의 소용돌이도 심하지 않다. 잠깐 씁쓸한 기분을 가졌지만 그는 자기에게 남아있는 나날들을 오히려 재미있고 유머스럽게 살아가기로 다짐을 한다. 아마 나 같았으면 평생 억울하게 살아서 그 주인에게 복수하거나 이미 흘러간 과거에 또 한탄했을지 모를 것 같았다.

4."즐기며 살아야 합니다. 저녁은 하루 중에 가장 좋은 때요. 당신은 하루의 일을 끝냈어요. 이제는 다리를 쭉 뻗고 즐길 수 있어요. 내 생각은 그래요. 아니, 누구를 잡고 물어봐도 그렇게 말할 거요. 하루 중 가장 좋은 때는 저녁이라고....“

인생 80 산다고 가정했을 때 이제야 나는 딱 반 살았다. 하루를 내 생애라고 치면 이제 점심때다. 점심을 먹고 또 저녁을 먹는 순간도 즐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남아있는 나날들은 어떠한 사건과 즐거운 순간으로 채워나가야 할까?


#남아있는나날 #가즈오이시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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