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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Mar 18. 2020

기적의 손편지


“이제 그만 연락해. 더 이상 우리 만나는 건 무의미해.” 

“이번 달 말까지만 근무하고 나가주세요.”

“참 그 돈 때문에 너와 20년 우정이 이것밖에 안되는구나. 그만 절교하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문자 메시지나 카톡, 이메일 등으로 얼굴을 보지 않고 간단하게 연락하는 게 익숙해졌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 한동안 충성했던 직원의 해고, 보기 싫은 사람과의 관계 정리 등도 이런 단순한 메시지 한 통이면 끝이다. 어떻게 보면 참 간편하지만 인간 사이에 그나마 남아있던 정도 한번에 떨어지게 하는 잔인한 방법이다.      

위에 열거한 예시들은 한번에 결정한 사항은 아닐 것이다. 오랫동안 지켜보고 심사숙고 한 끝에 결론을 낼 수 있다. 그래도 저렇게 단순한 문자 메시지 한 통을 보내서 통보하는 식이라면 받는 입장에서 무시당하는 생각도 들 수 있다. 이럴 때 그나마 상대방이 덜 상처받고 끝나는 좋은 방법이 바로 예의를 갖추고 직접 쓴 손편지라고 생각한다.      


몇 번의 기회를 주었지만 그래도 고쳐지지 않는 나쁜 버릇을 가진 연인에게 ‘이런 좋은 점이 있었지만 너의 이런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아 더 이상 만날 수 없어....’ 라는 내용으로 손 편지를 보내보자. 조금은 덜 쓰라리면서도 좋게 이별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피치못할 사정이나 정말 말을 듣지 않아 해고되는 직원에게 ‘그동안 회사에 기여한 공로는 감사합니다. 다만 이런 저런 이유로 같이 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아 미리 알려드립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내용으로 직접 쓴 편지를 보내보자. 실직의 괴로움을 조금 잊을 수 있다.       


옆집에 사는 이웃조차도 누구인지 모르고, 점점 개인주의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쉽게 만나고 헤어지고, 참지 못하고 바로 감정을 표출하는 무서운 사회가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말을 듣지 않으면 폭력을 휘두르고 목숨을 위협한다. 관점의 차이가 있지만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잔소리에 학생들은 경찰을 부르기도 한다. 과열되는 경쟁사회에 도태되지 않기 위해 서로를 밟고 올라서는 출세 지향주의가 팽배하다. 점점 사랑과 배려는 찾아볼 수 없는 삭막한 분위기로 젖어들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받는다.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진심을 담아 직접 쓴 사과와 위로의 편지이다. 보내는 사람의 정성이 그대로 담겨 있어 받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처가 쉽게 아물고 감동은 배가 될 수 있다. 삭막한 사회에 정이 없어지는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사랑과 공감이다. 디지털 사회에서 이 두 가지를 가능하게 하는 아날로그 도구가 직접 쓴 손편지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시간내어 관계가 소원해진 사람이 있다면 손편지에 자신의 진심을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편지를 써서 접어 봉투에 넣고 우편으로 부치는 데는 3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지만, 그 글의 힘은 놀랍다.” (완다 로스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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