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삶

천년의 수업 - 김현

by 황상열


마흔 이전의 나는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이 맞다고 살았다. 남들이 하는 것은 다 해야 정상적인 삶을 산다고 믿었다. 20살에 대학을 들어가고, 27살에는 기업에 취직을 하며, 32살 전까지는 결혼해야 한다고 스스로 목표를 정해놓았다.


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수학능력시험을 망쳤지만 재수하지 않고 20살에 대학에 입학했다. 졸업을 한 달 남긴 27살의 1월에 작은 설계회사에 취직했다. 32살이 되는 해 가을에 지금의 아내와 결혼했다. 취업과 결혼까지 가기 위해 수없이 들이대고 실패했다. 이제 남은 건 사회적인 성공과 부자가 되는 것뿐이었다. 그것만 충족되면 이 사회가 만든 그 기준에 다 부합된다고 믿었다.


그러나 인생은 내가 생각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잘되면 내탓, 안되면 남탓만 하면서 살다보니 어느 순간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나는거지?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온거지? 처음으로 내 인생에 질문을 던졌다.


“바르게 질문하고 있습니까?”로 독자에게 물으며 이 책은 시작한다. 스스로에게 질문하지만 어떻게 묻고 답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나조차도 그랬으니. 질문하는 방법부터 제대로 처음부터 배울 수 있다. 이후 저자가 소개하는 그리스 로마등 서양 고전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를 포함한 9가지 질문의 세계로 들어간다.

“대한민국은 질문을 권하지 않는 사회입니다. 특히 제가 학교 다닐 때는 더 경직된 분위기였던 터라 질문을 하면 혼내는 선생님들도 있었습니다. 무언가 물어보는 학생이 있으면 그냥 외우기나 하라고 면박을 주고는 했지요.”


지금도 우리나라는 수업이나 강연이 끝나고 질문하라고 하면 선뜻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질문하기를 주저한다. 모르면 질문을 해야 답을 알 수 있는데, 나조차도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물어보기가 선뜻 망설여진다.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질문하면서 답을 구하고 있어 다행이다.


“내가 누구인지 묻는 행위는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고민으로 이어집니다.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 내가 바라는 삶을 사는 데 있어 꼭 필요한 질문인 거예요.”


마흔이 넘고 나서야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남은 후반전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인생인지 질문했다. 거기서 찾은 답은 읽고 쓰는 삶이다.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많은 사람들에게 내 글로 인해 변화를 추구하는 삶.


“누구의 인생도 줄곧 평탄하지는 않습니다. 저에게도 때때로 견디기 힘든 고비가 찾아왔어요. 장밋빛 미래를 꿈꾸면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아무리 나아가도 빛 한 줄기 보이지 않을 때면 마음이 무너지고는 했습니다. 나의 노력과 가족들의 고생마저 물거품이 되면 어떡하나 덜컥 겁이 났지요. 그럴 때면 저는 『오딧세이아』를 꺼내들었습니다. 오딧세우스는 영원하고 평탄한 삶을 포기하고, 아프면서 고통스럽고 시시각각 고민에 휩싸이는 인간의 삶을 향해 스스로 뛰어들었습니다.”


이 구절이 현재의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 했다.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열심히 뛰고 있지만, 여전히 나아지지 않는 현재를 볼때마다 가끔씩 마음이 무너지는 경험을 한다. 오지 않는 미래를 두려워한다. 잘못되면 어떡하지? 저자도 그랬지만 나도 <오딧세이아>를 가끔 꺼내 보면 마음을 다잡는다. 어차피 인생이란 매 순간 고통스러움이 찾아온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조금이라도 극복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어야 하는 차이일 뿐.


“‘좋은 대학, 좋은 회사에 못 들어간다고 인생이 끝나지 않아. 회사는 네가 만들 수도 있어. 중요한 건 너를 믿고, 도전하고 너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거야.’ 이런 말이야말로 아이의 자존감과 창조적인 도전정신을 북돋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새로운 세대에게 도전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것, 자유의 열망을 자극하는 것, 겁먹지 말고 하늘을 향해 맘껏 한 번 날갯짓 해보라고 응원하는 것!”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충족하지 않으면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다. 좋은 대학과 좋은 회사에 들어가지 못해서 그것을 충족한 친구, 동기들이 너무 부러웠다. 왜 나는 저들처럼 되지 못했을까 라고 신세한탄 하고 비교하는 삶을 살았다. 그렇게 살다보니 인생이 끝난 줄 알았다. 읽고 쓰는 삶을 만나면서 지금은 오히려 나를 믿고 도전하는 내 인생이 즐겁다. 오로지 내 자신에만 집중하고 어제보다 조금 나은 오늘을 사는 자유가 좋다.


다양한 서양 고전 내용과 그것을 해석하는 저자의 인사이트에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문제를 안고 살아가지만, 질문하고 답을 구하지는 않는다. 한 문제에 대해 자신이 판단한 그 하나의 답이 정답이라고 여기며 쉼없이 달려간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 답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심정이 어떨까? 인생을 살면서 늘 질문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정해진 답이 없기에 잘못된 길로 들어가도 다시 질문하여 다른 답을 찾아 나오면 그만이기에.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인생에 질문하는 연습을 해보자. 천년동안 이어온 인류의 오래된 질문이 당신의 삶을 더 멋지게 바꿀 수 있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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