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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May 26. 2020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가수 비의 1일 1깡 현상


요새 ‘1일 1깡’이란 말이 유행이다.  2017년 발표한 가수 비의 ‘깡’이란 노래가 있다. 

지금까지 불렀던 자신의 노래 스타일과는 다르게 만들고 싶다는 그의 바람대로 나왔다

그러나 대중에게 선택받지 못했다. 너무 나르시즘에 빠진 가사와 힘이 들어간 듯한 춤이 이유였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한 여고생이 그의 노래와 춤을 패러디하여 유튜브에 올렸다. 뮤직비디오에서 머리에 쓴 캡모자와 어깨에 뽕이 들어간 옷을 고스란히 따라했다. 그것이 다시 ‘깡’을 역주행하게 만들었다. 여고생의 영상을 보고 원래 비의 뮤직비디오를 보러 가기 시작한 것이다.       


영상을 보고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조롱했으나, 점점 그것이 하나의 밈으로 확산되었다. 결국 ‘하루에 깡을 한번도 보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힌다’는 것처럼 심심하면 비의 영상을 본 것이다. 난 현재 1일 2깡 중이다.      

그리고 비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자신의 이런 현상에 대해 허심탄회에게 이야기했다. 유재석이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비의 예전 춤처럼 엄청 멋있게 봤다. 요즘 사람들이 보기에는 신기했나 보다.”

“솔직하게 이야기해요. 신기한 게 아니라 되게 별로였어요. 이젠 너무 힘있게 카메라를 보면서 추면 너무 최소 1일 3깡 아니 7깡은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와이프도 이 현상을 재미있어한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억울하거나 화를 냈을지 모른다. 내가 그랬다. 출간한 책들 중에 한 두 권은 ‘이것도 책이냐. 당신의 허접한 글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등등 댓글을 본 적 있다. 읽고 나니 화가 나고 어이가 없었다. 물론 내 책을 모두가 좋아할 수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직접 반응을 보니 기분은 좋지 않았다.      

비는 비웃고 놀리는 대중의 관심을 호기롭게 웃으면서 넘겼다. 솔직하게 별로였다 인정하고 유쾌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의 조롱거리였던 영화 엄복동 사태도 슬기롭게 웃으며 넘겼다. 열심히 했지만 현재 문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자신의 실력 부족이라 탓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그의 태도에 대단하다고 느꼈다. 아마도 그의 전성기가 다시 한번 올 듯한 분위기다.      


2002년에 데뷔한 그는 10년동안 남자 솔로 댄스 가수의 지존이었다. 큰 키에 절도있고 파워풀한 댄스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지금도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같은 남자지만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랬던 그도 최근 몇 년간 인기가 떨어지고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추세였다. 이런 시기에 팬들이 자신을 욕하고 조롱했지만, 그는 대인배처럼 쿨하게 넘겼다.      


“나를 갖고 놀아 달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연예인은 광대이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놀이 수단이 되어서 돈을 버니까. 연예인으로 자신의 인생을 드라마로 친다면 이제 겨우 1부 시작했다. 우리가 아는 샌더스 할아버지도 60대에 KFC를 창업했다더라. 내 드라마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니까요.“     


비가 한 매체와 인터뷰한 내용이다.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었다. 자신의 인기에 일희일비 하지 않았다. 이제 시작한 자신의 인생 드라마가 끝나봐야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그의 마지막 한마디가 내 귓가를 맴돈다.      


맞는 이야기다. 작가로서 나의 드라마도 이제 1부 시작했다. 아니 3부 정도 지났을까? 몇 부까지 갈지 모르지만, 끝날 때 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내가 쓴 작품이 호평을 받을 수 있고, 혹평이나 비난에 시달릴 수 있다. 해피엔딩으로 가는 여정은 탄탄대로가 아니라 시련과 극복의 반복이다. 새로운 회차가 시작될 때마다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나아지는 자세로 쓰고 또 쓸 것이다. 이번 신간도 이전에 출간했던 책보다는 조금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다.       


“지금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고 너무 좌절하지 말자. 인생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까.”     


#끝날때까지는끝난게아니야 #끝 #비 #끝까지가봐야알수있다 #인생 #인생이란 #인생공부 #마흔의인문학 #인문학 #단상 #글쓰기 #황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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