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6월 뇌수막염으로 병원에 열흘 정도 입원한 적이 있다. 3일간 계속되는 고열과 두통으로 누워만 있었다. 일상생활을 아예 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회복되면 하고 싶은 것은 무조건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 조금씩 호전되자 하고 싶은 목록을 빈 종이에 하나씩 쓰기 시작했다.
흔히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적어 보는 리스트를 “버킷 리스트”라고 한다. 2007년 모건프리먼과 잭 니콜슨이 주연을 맡아 암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노인이 남은 인생에서 하고 싶은 리스트를 실행하고 죽음을 맡는 내용의 영화 제목에서 유래되어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 시절 1번으로 썼던 버킷리스트가 ‘책을 내는 작가되기’다. 병원에서 퇴원하면 다른 일은 다 뒤로 제쳐놓고 글만 쓰고 싶었다. 이미 내 머릿속엔 서점에 내 책이 진열된 모습이 그려졌다.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빈 종이에 뭐라도 끄적이며 퇴원만 기다렸다. 열흘 정도 퇴원하고 다시 직장으로 복귀했다. 출근 전과 퇴근 후에 집안일과 육아를 도와주는 것 빼곤 글쓰기에만 매달렸다. 그렇게 두 달을 매달려 완성한 초고가 <모멘텀>이다.
작가되기 말고도 많은 버킷리스트를 썼다. 막연한 꿈이 아니라 실제로 내가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위주로 기록했다. “12년간 미루었던 도시계획기사 자격증 따기, 100만원으로 투자하기,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 더 큰 회사로 이직하기, 좀 더 많은 책을 읽고 남이 하지 못한 경험 쌓기 등등”이 그 당시에 하고 싶었던 목록으로 기억한다. 기록한 버킷리스트 종이는 지갑에 늘 가지고 다녔다.
그럼 그 버킷리스트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때 다녔던 회사가 직원이 4명인 소기업이었다. 규모가 작다보니 매출에 따라 회사 사정이 달라졌다. 입원한 당시에는 사정이 너무 어려워 월급이 밀린 상태였다. 가장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스트레스가 또 심했다. 같이 일했던 거래처 형님에게 고민을 이야기했다. 몇 달 뒤 그의 소개로 훨씬 좋은 지금의 회사로 이직하게 되었다. 이직 후 제일 좋았던 점은 6시 정시퇴근으로 워라벨 생활이 가능했다.
졸업 후 12년간 미루었던 도시계획기사에 도전해서 한 번에 합격했다. 대학 4학년이면 누구나 따는 자격증을 늦은 39살에 획득한 것이다. 그리고 첫 책 <모멘텀> 출간 이후 몇 차례 받은 인세와 모아놓은 돈 100만원을 합쳐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일단 세 개의 버킷리스트를 실제로 이룬 것이다. 그런데 100만원 투자는 알고보니 사기꾼에 당해 고스란히 날렸다.
확실히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하나하나 달성하다 보니 내 삶에 활력이 생겼다. 그 전까지 되는대로 바라는 것 없이 살다보니 하루하루가 무기력한 삶이었다. 지금 삶이 혹시 재미없고 따분하다면 종이에 버킷리스트를 한번 작성해보자. 아마도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동안 머리로만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씩 꺼내어 실행하다 보면 가슴이 뛰는 삶을 살 수 있다.
다시 한번 종이를 꺼내어 새로운 버킷리스트를 작성할 예정이다. 향후 10년 동안 하고 싶고 갖고 싶고 되고 싶은 일을 적을 생각이다. 앞으로 삶이 다하는 날까지 이 버킷리스트를 실제로 이룰 수 있도록 즐겁게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내 인생에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버나드 쇼의 유명한 한 마디로 글을 마무리한다.
“우물쭈물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어. 그냥 하고 싶은 것 있음 바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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