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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열 Jan 02. 2021

당연한 것들이 그리운 세상

* 모든 일상이 바뀌었다


“아빠, 빨리 나가! 나 수업해야 해.”

“어, 그래. 알았어. 아빠도 오늘 쉬는 날이긴 한데 잠깐 일 좀 해야하는데.”

내 방에 있는 노트북으로 초등학교 4학년 첫째 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다. 1년전 겨울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몇 달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다. 입학과 개학일정이 계속 밀리다 보니 학사일정도 조정되었다. 12월 중순에 하던 겨울방학도 1월로 연기되었다. 작은 아이도 유치원이 임시 휴원중이다. 모두 집에만 있다. <트렌드코리아 2021>에서 언급했던 레이어드 홈이 대세가 될 모양이다.

뉴스를 보니 한 IT 회사의 임직원들은 1년째 재택근무 중이다. 서로 집에서 일을 하다가 필요할 때 화상으로 회의한다. 회식도 각자 술과 음식을 준비하여 화면을 보면서 담소를 나눈다. 시공간의 제약이 없어져서 편한 장점도 있지만, 서로 간의 대면이 줄어 필요할 때 빼곤 친분이 없는 단점도 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해야 감정이 전달이 된다. 현재 상황에서 아무리 친밀하게 화면을 보고 말한다 해도 직접 만났을 때 데면데면할 수 있다.

아직 나는 회사로 직접 출근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 다만 하루종일 마스크를 쓰고 근무한다. 점심식사도 각자 자리에서 사온 도시락을 혼자 먹는다. 오프라인에서 하던 활동이 점점 온라인으로 넘어오면서 모든 일상이 바뀌었다.




* 당연한 것들이 그리워진다


점심시간이 되면 무조건 나갔다. 어떤 식당에서 무엇을 먹을지 상사나 동료, 후배들에게 물어보고 한 곳을 골라 들어간다. 각자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메뉴를 시켜 담소를 나누며 맛있게 먹는다. 가끔 퇴근하고 밤늦게까지 사람들과 술 한잔 하면서 회포를 푼다. 시간의 제약이 없다.


바쁘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간다. 그래도 미리 얼리버드로 예약한 해외여행 티켓을 보면서 하루하루 버틴다. 그렇게 견디다 휴가가 되면 기쁜 마음으로 공항으로 달려간다.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날 때의 기분은 최고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 상대방과 극장에 가서 영화도 본다.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는다. 쇼핑도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지하철 막차 시간이다. 시간이 좀 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쉽지만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이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이 멈추거나 바뀌었다. 직접 만나 사랑과 정을 나누고 익숙했던 평범한 나날들이 그리워지다니. 기껏해야 일년에 한 두 번 착용했던 마스크가 나와 한 몸이 되다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 당연한 일상을 예전처럼 누릴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누구나 메르스나 사스처럼 금방 지나갈 줄 알았다. 한 두달이면 그럴줄 알았다. 그러나 1년이 넘어도 멈출 줄 모르고 바이러스는 계속 퍼지고 있다. 언제 끝날지도 미지수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예전으로 돌아가 마음껏 뛰고 먹고 돌아다니고 싶다. 아무 생각없이 사람들과 직접 만나서 시끌벅적 마시고 놀기를 원한다. 그래도 코로나19도 이 또한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어려워도 잘 헤쳐나왔던 것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두 다 괜찮아 지리라 믿는다. 그렇게 믿자. 어서 코로나가 좀 지나면 얼굴 보자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당연한 것들이 더 그리워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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