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상열 Apr 30. 2021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삶의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작년 봄에 코로나19가 심해지기 전 아이들과 오랜만에 박물관에 갔다. 조선시대의 고서를 처음 보는 아이들의 눈빛은 신기하기만 하다. 특히 역사를 좋아하는 첫째아이가 유심히 오래된 책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아이에게 다가가서 질문했다.     


“무엇을 그리 자세하게 보고 있니?”

“아빠,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한자로 기록했어?”

“한글이 있긴 했지만 양반들이 한자를 선호했기 때문에 붓으로 이렇게 일일이 썼지.”

“컴퓨터도 없는데 손으로 저렇게 하나씩 쓰려면 힘들었을 거 같아.”

“그러니까. 연필로 손글씨를 조금만 써도 손목이 아픈데. 아마 저렇게 한 장을 다 쓰는게 쉽지는 않았을 거야.”

“그럼 아빠 저렇게 힘들면 말로 하고 안 쓰면 되잖아. 왜 힘들게 저렇게 쓰는거지?”

“말로 하면 쉽지만 금방 사라지니까. 글로 쓰면 오래 남을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아이를 보면서 나도 글을 왜 쓰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인류가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고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사용한 가장 오래된 도구가 글쓰기이다. 글쓰기 이전에 그림도 있다. 산업혁명을 지나서야 카메라 등의 발명으로 지금처럼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고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은 불과 100년 전이다.     

우리가 예전 사람들의 역사와 흔적을 알 수 있는 것도 바로 글과 그림 덕분이다. 100년도 못 사는 짧은 인생인데, 사람들은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고 싶어한다. 점점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이 생기고 그 안에 SNS 세상에 서로 소통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 소통을 위해서도 가장 기본적인 도구가 글을 쓰는 행위다. 많은 사람들이 SNS에 자신의 일상을 올린다. 맛집에 가서 음식을 먹고 그 맛이 어떤지 판단하기도 한다. 멋진 풍경이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고 그 감상을 적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만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오늘도 사람들은 글을 쓴다.     

나도 매일 글을 쓰는 이유는 내 흔적을 남기기 위해서다. 내 일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람, 사물, 현상, 사건 등을 관찰하고 느낀 것을 오래 간직하기 위함이다. 언젠가 나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겠지만 내가 쓴 글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 흔적을 통해 가깝게는 내 가족과 지인 또는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황상열이란 사람이 읽고 쓰는 삶을 영위했구나 라고 알 수 있게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위인들도 글을 통해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조선의 왕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실록이 없었다면 알 길이 없다. 흠흠신서,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의 책이 없었다면 다산 정약용이 얼마나 박식한지 몰랐을 것이다. 이렇게 글쓰기를 통해 그 사람들의 흔적을 남겼기 때문에 그들의 위대함과 치졸함 등을 후대에도 알게 되었다.     


이제부터라도 세상에 나를 알리고 싶다면 오늘부터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자. 나의 일상과 좋아하는 취미, 분야 또는 이루고 싶은 목표의 과정 등을 하나씩 기록하자. 그것이 바로 당신의 흔적을 남기는 첫걸음이 된다. 그것이 모이다 보면 위대한 역사가 될지도 모른다.    


#글쓰기 #글쓰기는내삶의흔적을남기는것이다  #인생 #인문학 #마흔의인문학 #글 #라이팅 #자기계발 #에세이 #단상 #황상열

매거진의 이전글 글쓰기에 가장 필요한 한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