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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Feb 16. 2017

Somewhere over the rainbow

지금 이 자리에서 무지개 너머를 보는 니 자신을 찾아보렴.

지훈아,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 어쩌면 지금이 가장 마음 편하게 쉬고, 놀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맘껏 해볼 수 있는 때인데... 아빠가 미안하구나. 그저 미리 내일을 걱정하지 말고, 지금을 즐기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사실 졸업 즈음해서 어떤 곡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오즈의 마법사(Wizard of Oz)'의 'Over the rainbow'라는 곡이 어울릴 것 같아서 미리 골라 놨었는데, 니 편지에 답하느라 다른 곡을 먼저 골라 버렸네. 공교롭게도 이 곡을 부른 처음의 여가수가 실제로 16살이었다고 하는구나. 노랫말도 잘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


런던에 갔을 때, 오즈의 마법사 뮤지컬 본 건 기억하니? 너는 '빌리 엘리엇'을 더 좋아했던 것 같은데... 오즈의 마법사는 생각보다 극장도 작았었지. 아빠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았었어. 대타여서 크게 기대는 안 했는데, 무대도 예뻤고, 극장이 작은 덕분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아. 그 시절들.... 다시 돌아 오진 않겠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너의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어. 너는 아마도 조만간 다시 그 자리들을 돌아볼 수 있게 될 거야. 지금은 기억이 안 나더라도, 그곳에 가면 분명히 다시 생각나게 될 거라고 믿어.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는 아름답고 좋은 세상이 있을 거라는 믿음... 그게 '꿈'이라는 것이겠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네가 듣게 될 말일 거야. 꿈을 가져야 한다.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해야 한다. 꿈은 이루어진다. 하지만 아빠는 네게 그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아. 아빠의 나이쯤 돼서 다 날아가버린 꿈 때문은 아니란다.


때로는 꿈이란 그저 피하고 싶은 현실의 반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그런 면에서는 꿈을 그리 좋게만 볼 수 없어. 꿈이라고 하기보다는 '살면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아빠는 네가 꿈을 찾기 이전에 현실, 다시 말해 너 자신을 먼저 찾기를 바라.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단다. 단순히 먹고 자고 하는 문제뿐만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나의 의미를 찾고 만들어 가는 일까지 생각하면 할수록 어려운 문제들 투성이지.


지난번에 이야기 한 적 있잖아. 공부는 왜 하는데?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대학에는 왜 가는데?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해서. 좋은 직장에는 왜 가야 하는데? 좋은 직장은 무엇인데? 그래... 아직은 네가 그런 것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지. 하지만 그게 과연 네가 깨달아야 할 '현실'일까?라는 의문이 들어.


그래서 공부도 해야겠지만, 이제는 조금씩 너의 의미를 찾는 여행을 시작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 그런 문제들이지. 네가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 같은 것들. 그런 과정에서 어느 순간 네가 해야 할 일을 찾게 될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 도전해야 할 때도 오게 될 거야. 아마도 사람들이 말하는 꿈이란 그런 걸 거야. 만약에 그런 고민이 없다면 꿈은 그저 깨어나면 사라질 꿈일 뿐이겠지.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있을 그런 세상을 바라보기보다는 네가 지금 서 있는 곳. 네가 있는 곳을 깨닫고, 거기서 무지개 너머를 보고 있는 니 자신을 보는 것이 더 소중하단다. 괜찮아.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찾아봐. 이미 시작한 삶이라는 여행... 빨리 멀리 가기보다는 천천히 주변을 충분히 보면서 가도 괜찮아. 어차피 정해진 삶의 방향이나, 절차는 없으니까. 네가 가는 길... 그것만을 잘 그려 보도록 하길 바란다.


곧 또 봄이 오고, 고등학생으로서의 생활도 시작되겠구나.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잘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잘 자렴.


Somewhere over the rainbow/What a wonderful world (by Israel Kamakawiwo'ole): 5분 08초

이 곡은 메들리로 2곡이지만, 여기서는 'Over the rainbow'만 정리하는 것으로...)

작사: E.Y. Harburg

작곡: Harold Arlen

1939년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에서 '도로시(Dorothy Gale)' 역을 맡은 주디 갈란드(Judy Garland)가 불렀다.

재미있는 사실은 영화 프리뷰 시에 영화사 사장과 프로듀서의 결정으로 해당 장면과 곡이 삭제되었다고 한다. 이유는 해당 장면이 영화를 쳐지게 하고, MGM(영화사)의 차세대 스타가 시골 창고에서 노래 부르는 것이 이미지상 안 좋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헛! 예나 지금이나... 이런 사람들 꼭 있다)

영화에 출연할 당시 Judy Garland의 나이는 16살이었는데, 소리는 그보다 훨씬 성숙하게 들린다. 암튼 이 노래의 유일한 단점은 너무 짧다는 것이다!

20세기 최고(-여기저기 최고가 너무 많긴 하지만..)의 명곡으로 꼽히는 곡이다. 클래식으로 분류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커버) 리코딩된 버전은 따로 챙기기 어려운 정도인데, 1993년에 발매된 Israel Kamakawiwo'ole의 버전이 최근에는 영화, TV, 광고 등에 많이 사용되었다. 완전히 다른 소리이지만, 곡이 담고 있는 감성은 그대로이기 때문 아닐까... 실제 녹음은 1991년에 녹음되었는데, 처음에는 가수와 엔지니어가 개인 소장용으로 녹음해 둔 것이었다고 한다. 후에 앨범을 준비하면서 엔지니어가 프로듀서에게 이를 들려주었고, 발매가 확정되어 1993년에 'Facing Future'에 포함되었는데, 가장 인기를 얻은 싱글이 되었다.

Israel Kamakawiwo'ole는 하와이의 전통 음악가(그러니까 우쿨렐레 연주가 기본이 되는)이면서 하와이의 권리 회복과 독립을 위한 운동가였다. 1993년에 발매된 앨범을 계기로 전 세계에 그 이름을 알렸지만, 1997년 38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록 계에서는 임펠리테리(Impellitteri)의 기타 연주곡이 매우 친숙할 것이다. 속주로 유명한 기타리스트 크리스 임펠리테리(Chris Impellitteri)의 연주인데... 기타 좀 친다 하면 한 번은 해보는 곡일 것이다. '2016년 부산 록 페스티벌'에서 공연한 영상이 유튜브에 보인다.

2010년 영국 BBC One에서는 2011년부터 공연될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 역 캐스팅을 위한 TV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인 'Over the rainbow'를 제작했다. 최종 우승자는 Danielle Hope였고, 다른 최종 결선 진출자인 Sophie Evans와 함께 2011년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에 더블 캐스팅되었다. 그 해 여름 런던에 여행 갔었을 때, '레 미제라블'을 못 보고 대신 본 공연이 이것이었다. 뮤지컬 고전이어서 무난할 거라 짐작하고고 선택했었지만 무대 등이 리뉴얼된 공연이어서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런던(뉴욕은 안 가봐서.. ^^;;)에 가면 아무 뮤지컬이나 꼭 한 번은 봐 두는 것이 좋다. 웬만한 뮤지컬이야... 내용은 다 알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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