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pray every single day for another day
살아도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은 날들의 연속. 불면은 잠들기 전에 꾸는 악몽이다.
지난 1개월이 기억나지 않는다. 행여 기억하더라도 먼 꿈속의 일인 것처럼 희미하다. 양쪽 어깨는 세상을 짊어진 듯 뻑뻑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일도 만만치 않다. 괜찮다, 괜찮다고 되내어 보지만, 그래서 뭐가 괜찮은 건데?라는 한 마디에 산산조각이 나버린다.
세상 일에 관심도 없어져, 벽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TV를 빼면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것처럼 내 작은 방은 무심해졌다. 우주 끝으로 내팽쳐진 것처럼, 오늘도 여기는 잠잠하다. 이제 좀 깨어나야 할 텐데... 나는 지금 무엇을 잃어버렸을까? 해서 조금씩 거슬러 올라가 본다.
'철학자와 늑대(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추수밭, 2012)'을 다 읽고, 새로운 책을 시작했다. '철학자와 늑대'는 좋은 책이다. 곧 리스트에 올릴 것이라 생각하고 잠깐 미뤄둔다. 사실은 2 번째 읽는 중이기도 하다. 그 전에는 세종시에 갔다 왔다. 오랜만에 기차를 타보니, 괜히 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저 생각뿐이다. 당장은 어디론가 떠나는 것도 힘겹다.
그 전에는 또 무슨 일이 있었나... 거하게 낮술을 하고,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시내를 걸어 다니기도 했었다. 혼자가 아니어서 그만큼이나 걸을 수 있었다. 또 어떤 날은 숨 막히는 도시의 더위 밑에서 모든 것을 포기하기도 했던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자궁 속으로 들어가는 포즈로 눕는 것. 깨어나 보니 한 밤중도 아닌... 시간. 그대로 밤을 지새웠다.
올 것 같지 않던 날도 이미 왔다가 저 멀리 사라져 가버렸다. 연남동의 아침을 기웃대던 날들이 아직 한 달도 지나지 않았건만, 머리 속에서는 몇 년은 지난 것처럼 아득하다.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또다시 찾아온 불면의 여름. 그래도 작년까지는 늦게 자도 일찍 일어나는 여름이었는데, 지금은 잠드는 것과 깨어나는 것의 구분이 사라져 버렸다. 죽음에서 깨어나서 시원하게 외치고 싶다. '이제 돌아왔다'라고...
What's up (by 4 Non Blondes): 4분 55초
작사/작곡: Linda Perry
1992년 발매된 4 Non Blondes의 데뷔 앨범 'Bigger, Better, Faster, More!'의 3번째 수록곡. 싱글 발매는 두 번째인데, 첫 번째 싱글은 'Dear, Mr. President'란 곡으로 앨범의 9 번째 곡이다. 원래는 이곡을 리스트에 올려놓으려고 했는데... 역시 세상 일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What's up' 역시 좋아하지만, 한 곡을 고르라면 이 곡이다.)
4 Non Blondes는 이 앨범을 끝으로 결국 해산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의 데뷔 앨범이자 유일한 앨범이다. 린다 페리는 지금도 작곡자로서 프로듀서로서 활동하고 있고, 최근에는 핑크(P! nk)와 같이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Beautiful'이라는 곡 때문에 갈등이 조금 있었지만, 쿨하게 화해한 것 같다.
가사는 What's gong on으로 되어 잇는데, 제목은 Wha't up이다. 이유는 마빈 게이(Marvin Gaye)의 유명한 곡이 What's going on(앨범 제목이기도 한데, 전설적인 명반이다.)이 있어 혼동을 피하고자 했다고 한다. (인터넷 초창기 시절인데도, 이런 혜안이.... ㅎㅎ )
이 곡은 그리 좋은 평가는 받지 못했는데, 'One Hit Wonder(딱 한 곡 히트하고 사라지는 경우)' 리스트에도 올라 있는데, 이 경우야 밴드가 해산했다 쳐도, 최악의 리코딩이라느니, 다시는 듣고 싶지 않은 파티 곡이라느니 하는 데에도 꼽혔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커밍 아웃한 레즈비언인 영향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져의 곡들은 LGBT 모임에서 자주 불려진다고 하는데, 'Beautiful'이 대표적이긴 하지만, 'What's up' 역시 애창곡이라고 한다. 가사 중에 'That the world was made up of this brotherhod of man'이라고 하는 부분이 레즈비언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린다 페리의 곡 스타일과 목소리를 좋아하는 편이라 그럭저럭 자주 듣게 된다.
멍하니 널브러져 있다(아니면 까물어져져 있었던)가 이 곡을 듣게 되었는데, 누군가 마음 깊은 곳을 어루만지는 기분이었다(Being touched). 그렇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