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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e Jul 03. 2017

Brave New World:Resurrection

'완벽'하면서 무척 자유로운 비 이상향적인 사회

그리고 유토피아를 회피하는 길,
'완벽'하면서 무척 자유로운 비 이상향적인 사회로
되돌아갈 길을 지성인들과 교양인 계층이 모색하는 시대,
그런 새로운 한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니콜라이 베르다예프,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소담 출판사, 2015), 서문) 

"아휴, 지긋지긋해. 이 번 일만 끝나면 다시는 이 일 안 할 거예요."

"왜?"
"이건 뭐 제대로 된 절차도 없고, 중구난방에다가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너무 힘들어요."

"그래. 그럼 어떤 일을 하고 싶은데."

"좀 제대로... 편한 일을 하고 싶어요. 쓸데없이 야근하는 일도 없는... (그런 일) 정시에 출근하고, 정시에 퇴근하고, 딱딱 정해져 있는 할 일만 하면 되는 그런 일이 좋아요"

"그런 일이 뭐가 있을까...."라고 말은 하지만, 왠지 의심이 든다. 한마디로 시스템화 된 구조 안에서 일을 하게 되면 편해질까 하는 의문.


한 때 이런 이야기도 했던 적이 있다. '그렇죠. 우리는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해요.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들은 최소한 하루 8시간은 일하면서 시간을 보내요. 그런데 그 일이 행복하지 않다면 이미 인생의 3분의 1은 행복하지 않은 게 되잖아요. 때문에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해요. 아니면 최소한 일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해요.' 아마도 그때는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못했었던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올더스 헉슬리가 그린 세계국(World State)은 완벽한 유토피아다. 굳이 '수면학습법'으로 주입하지 않아도 '누구나 다 행복한' 세상. 유토피아를 그렸는데, 그것을 디스토피아라고 말하는 현상.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최근의 정치 구호가 다 그렇다. 모든 국민이 행복한 삶. 실제로는 다소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결국에는 같은 얘기다. 모두가 잘 사는 사회. 모두가 인간답게 사는 사회. 과연 그런 사회가 존재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된다.


정치만 그런 것이 아니다. 경제도 그렇다. 4차 산업혁명이 인류의 희망이라고 외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모순이다. 인공 지능과 로봇이 생산을 책임진다. 그러면 사람은 뭘 해야 하지? 생산 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은 결국 도태될 것이다. 결국 인간은 개체 수를 줄여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럴 경우 소비 집단이 없어지게 된다. 결국 생산 활동도 의미 없어지게 된다. 결국 사람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소비'를 하는 역할로서.

"모든 남자, 여자 아이는 해마다 일정한 양을 소비할 의무가 있었지. 산업을 위해서 말이다. 거기에서 얻어진 결과라고는..." (95쪽)"

멋진 신세계에서는 사람을 복제함으로써 생산 활동에 필요한 '인력' 문제를 해결하지만, 아마도 당시의 사고로서 '기계'와 '인공지능'을 생각하기에는 무리였나 보다. 감마와 베타, 엡실론 계급의 사람은 지금은 로봇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게다가 그들이 어려워했던 '육체적인 발육기간 단축' 문제도 해결되었다! 이제 '멋진 신세계'는 다시 부활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그토록 바라는 이상 사회 구현을 위해서!

"너희들 자신의 사람을 돌아보아라."무스타파 몬드가 말했다.
"너희들 가운데 혹시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에 한 번이라도 봉착했던 사람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는 뜻으로 그들은 침묵을 지켰다.
"너희들 가운데 혹시 욕망을 의식하고 시달리면서 그것이 충족될 때까지 오랜 기간을 견디며 억지로 살아야 했던 사람은 없었나?" (89~90쪽)

문제는 이것이다. 나는 유토피아를 원하는가?


Curarto Acto: El Eslabon Reco (by Los Canatios): 21분 49초

작사/작곡: Antonio Vivaldi, Los Canarios

1974년 발표된 스페인 출신 밴드 Los Canarios의 4 번째 앨범(추정). 이 앨범은 비발디의 4계를 록 음악으로 변주한 앨범이다. 이 중에서 (겨울)의 2악장 Largo를 뽑을력고 했지만 곡 구분이 되어 있지 않아서 그냥 겨울 파트 전체를 뽑았다.

비발디의 4계는 유명한 바로크 음악이지만, 다른 장르 음악에서 꾸준히 재해석(?)하는 그야말로 클래식이다.

비발디의 4계만으로도 밤새도 모자를 만큼의 이야기 거리가 있지만, 우선 오늘은 이 생소한 스페인의 록밴드에 집중한다.

로스 카나리오스(Los Canarios)는 애초에 팝/록 밴드로 출발했고, 1964년에 결성되어 1968~1972년 사이에 3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그중에는   'Get On Your Knees'라는 히트곡도 있다. (자료 조사 처음에는 도저히 이들과 매치가 되지 않아서 서로 다른 밴드인 줄 알았다.)

암튼 그랬던 그들이 1974년에 뜬금없이 이 앨범을 발표했으니... 제법 충격적인 변신이었던 셈이다. 국내에서 이런 비슷한 사례를 찾으라면 동물원의 기타리스트 이성우가 솔로로 발표한 앨범 정도인데... 사실 이성우에 대해서 그다지 알아주는 사람도 없어서... 하지만 로스 카나리오스의 이 앨범은 지금까지도 전 세계의 (나 같은) 마니아들이 좋아하고 있으니 성공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다.

앨범 전체를 들어 보면 비발디의 테마는 꼼꼼하게 반영되어 있지만, 오히려 지금식으로 말하면 원래 그들의 곡에 샘플링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전체적으로 새로운 창작이라고 느껴진다. 곡 제목들을 살펴보아도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세부 가사까지는 확인 못했지만, 제목만으로는 SF 서사시로 보인다.

보컬도 꽤 많이 들어가 있는데, 특이한 것은 여자 보컬이 Rudmini Sukmawati라는 사람인데, 인도네시아 출신의 소프라노 가수라고 한다.

비발디의 사계 중에서 겨울의 두 번째 악장을 좋아하는데, 대학생 시절 선배로부터 어떤 계절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겨울'이라고 답했던 적이 있다. 그 이유는 겨울이 가장 따뜻한 계절이기 때문인데, 춥기 때문에 더 쉽게 따뜻함을 보고 느낄 수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후에 사계에 붙은 시들을 확인해 보다가 두 번째 악장에 붙은 내용을 보고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알만한 사람은 아는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 날'도 이 멜로디를 샘플링했고, 팝페라 쪽에서 켈틱 우먼(Celtic Women)도 가사를 붙여 '(Vivald's) Rain'이라는 곡을 발표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곡이라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부분을 집어 유튜브 링크를 건다.) https://youtu.be/Za4DxmWkPak?t=1h4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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